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세처럼 May 15. 2021

내가 행복한 순간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10기 첫 번째 이야기

7시 30분, 버스에서 내린다. 출근길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간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40 여분. 이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4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글을 쓰려니 - 단순히 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퇴고(맞춤법)를 하고 블로그에 등록까지 -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핸드폰도 만지지 않고, 머리를 굴려 가며 열심히 글을 쓴다. 2시간 동안 쓴 글보다 더 밀도 있는 글이 나온다. 매주 수요일에 즐기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수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설렌다. 커피숍에 가서 지낼 나만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마음 같아선 일주일 내내 그러고 싶지만, 그러면 오히려 루틴이 되어 버려 지금의 설렘이 사라질 것 같다. 루틴으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 기다림을 즐기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그 시간의 밀집도가 너무나 좋아서 두 번으로 늘려야 할지 고민이다. 두 번 정도는 괜찮으려나?

저녁에 책상에 앉아 붓 펜을 든다. A4 지에 세로선을 긋기 시작한다. 반듯하게, 가늘게 긋는 게 목표다. 선 연습은 모든 그림의 기초이다. 가로선을 그릴 때는 오래 걸리지 않고 반듯한 선이 나왔다. 세로선을 그릴 때는 매번 삐뚤삐뚤하고,  들쑥날쑥하다. 세로선 때문에 선 긋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가로선에 비해 세로선이 어렵다고 다들 얘기는 한다. 그런데 2주 전인가 세로선을 긋는데 갑자기 '어 되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반듯한 선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느낌이 달랐다. 그날 이후로 매일 A4지 한 면을 세로선으로 채운다. 최대한 가늘게, 최대한 반듯하게 긋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처음에는 한 지면에 50개의 정도의 선을 그었는데 점점 그 수가 늘어난다. 100개, 120개. 늘어나는 개수만큼 선이 가늘어진 것이고, 반듯해진 것이다. 붓이 지면에 닿는 순간의 감촉, 붓이 종이에 닿을 듯 말 듯한 그 순간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하나의 선을 긋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즐겁다.



'어? 바이올린 소리가 달라졌네? 좀 더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바이올린 연습을 할 때 아내가 한 말이다. 그동안 혼자서 연습을 하다 지난주부터 다시 레슨을 시작했는데, 다음날 연습 때 바로 소리가 달라진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소리가 다르다. 뭐랄까 활을 긋는 것이 더 선명해진 듯한 느낌이랄까. 매일 10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해왔다. (사실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매일 끽끽 됐지만, 그래도 연습하면서 쪼금이라도 좋아진 것 같았다. 그런데 레슨을 받아보니(오케스트라를 하는 아이를 위한 레슨에 숟가락을 살짝 얹었다.) 자세를 교정할 게 어찌나 많은지. 그것들을 염두에 두며 연습을 하니 소리가 그만큼 달라진 것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25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매일 연습하는 10분이 참 좋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그것들을 익히는 과정은 더 힘들겠지만, 무척 재밌을 것 같다. 바이올린은 역시 최고의 즐거움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라클모닝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티브이를 켜고 유튜브에서 명상 영상을 찾는다. 그것을 틀어놓고 명상을 하고 나서는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그것을 따라 한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플래너를 작성하고 책을 읽는다. 이것이 나의 아침 루틴이다. 이것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는 기분이 다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다. 늦게라도 일어나려고 했는데, 침대서 자던 큰애가 내려와서 나를 꼭 껴안는다. (우리는 4 식구가 아직 같이 자고 있다. 난 바닥에서 잔다) 그 감촉이 좋아서 같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같이 더 자는 것을 선택했다. 아이와 꼭 껴안고 1시간을 그대로 잤다. 어려서부터 큰 애를 껴안고는 "아빠가 제일 행복한 시간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이제는 아이가 커서 한 품에 쏙 들어오진 않지만, 그래도 껴안고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미라클모닝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을 텐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와 함께 체온을 나누는 순간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내가 행복했던 순간을 찾기 위해 1주일을 머릿속에서 계속 복기했다. 복기하고 또 복기하는 과정에서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복기하는 그 순간마저도 행복했던 시간이다. 나,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5월 1일 연습과, 5월 11일 연습. 10연습의 결과




#바이올린

#글쓰기

#커피숍

#블로그


#캘리그래피


#레슨

#미라클모닝


#모닝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굴러 계속 구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