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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처럼 May 07. 2021

굴러 계속 구르라고

자전거는 어려워~~


지~난 토요일 13일. 놀면 뭐하니를 보는데 유재석이 위드유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한 아주머니에게 자전거를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뒤에서 계속 자전거를 붙잡고 중심을 잡아주었다. 시종일관 웃음면서 "계속 구르세요. 그러면 안 넘어져요. 넘어질 거라고 겁을 내서 멈추니까 넘어지는 거예요"라고 다정하게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것을 보며 큰 애에게는 "너도 저렇게 아빠가 잡아주면서 배웠지. 많이 넘어지면서?"라고 말했고, 둘째에게는 "원이도 내일 자전거 연습하자. 아빠가 잡아줄게, 봐 저 아주머니도 처음에 못 타다가 잘 타지? 계속 구르면 안 넘어지는 거야."라고 말했다.

마침 둘째의 자전거에서 보조바퀴를 빼고, 두 발 자전거를 가르쳐줘야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딱 맞는 타이밍에 유재석이 도와주었다. 아이가 머릿속으로나마 무엇인지 인식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다만, 내가 유재석처럼 시종일관 웃으면서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것에는 스스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큰아이에게 가르쳐 주면서도 적잖이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자전거가 작아서 허리는 숙여야 했고, 넘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잡아주기 위해 온 몸에는 힘이 바짝 들어가서 너무 힘들었다. 힘들어서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유재석을 보며 한번 잘해봐야지 마음을 다잡긴 했다.

아이들은 자기 자전거를 타고, 우리 부부는 걸어서 공원으로 향했다. 아니 나는 둘째의 자전거를 잡고 공원으로 갔다. 흐미 힘든 것, 얼마 가지 않아도 힘들다. 그래도 웃으면서 말한다. "원아 계속 굴러, 자전거는 구르면 안 넘어져."라고. 아이는 계속 구르지만 자전거가 옆으로 기운다. 기울어지는 그것에 몸을 맡기고 핸들을 살짝살짝 방향만 바꾸면 넘어지지 않는데 아이가 그것을 알리가 없다. 아이는 온몸으로 버티며 "어어"하며 당황한다. 그 사이 발이 멈추고 넘어지려는 자전거를 온 힘으로 버틴다. '원래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다른 건 다 그려니 하는데 허리가 아픈 건 참을 수가 없다. 조금 가다가 멈추고 숨을 헐떡인다. 배우는 건 아이인데, 힘든 건 나다. 이런.

3월 중순인데 초봄이지만 바람이 약간 쌀쌀하다. 따뜻한 햇살이 그나마 힘든 몸을 위로해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너무 힘들어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 "구르라고, 굴러! 발을 계속 굴러" 아~ 소리 지르지 않고 가르치려고 했는데, 물 건너갔다.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약간 주눅 든 느낌이다. 이제 아내가 잡아줄 차례다. 한 바퀴가 다 되어 가는데 아이가 울고 있다. 왜 그런가 가보니 아이가 "엄마가 자꾸 손을 놔"라고 울먹이며 말한다. 엄마가 손을 놓아서 계속 넘어지려고 하니 예민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벤치에 와서는 자전거 안 타겠다고 말한다. 이거 큰일이다. 자전거 가르치려다가 자전거에 대한 거부감만 가지게 할 것 같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자전거에 다시 타게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아이에게 자전거를 타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어 잘해 잘해.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속도를 냈다. 그 속도를 내기 위해 허리를 바짝 숙이고, 힘을 강하게 줘야 했지만, 꾹 참았다. 아이와 함께 소리를 질러가며 막 달렸다. 나름 빠른 속도로 달렸다. 아빠가 계속 칭찬해주고, 소리를 아니 함성을- 이때는 소리보다는 함성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질러주니 지도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가고 같이 함성을 지른다. 아이가 웃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그래 잘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지. 집에 도착할 무렵 "어때 재밌었어?"라고 물어보니 아이가 활짝 웃으며 "응, 재밌었어. 다음에 또 탈 거야"라고 말한다.

하마터면 소중한 것을 잃을 뻔한 날이었다. 잘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중요한 법이고, 아이는 미숙해서 못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을 윽박지르고 못한다고 나무라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고, 마음을 닫게 만드는 일이다. 다행히 아이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자전거는 계속 구르면 안 넘어지는 법인데, 그것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다음에 가르쳐주러 나갈 일이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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