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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처럼 Mar 03. 2022

그녀의 마음을 공략하는 법

나의 오티움(2-2)

어느 날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한 순간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녀는 감미롭다. 그녀의 늘씬한 몸매는 만지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가장 감미로운 것은 그녀의 소리이다. 민감한 그녀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그대로 반응한다. 내가 힘을 세게 주면 그녀의 소리도 힘이 세진다. 그때만큼은 사랑하는 그녀의 목소리일지라도 정말 듣기 싫다. 하지만 내가 부드럽게 만져주면 그녀의 소리 또한 부드러워진다. 그녀를 다루는 내 손길이 아직 서툴기 때문에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아직 듣지 못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그녀는 어렵다.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청한다. 그들이 그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런 소리는 또 없다. 이건 분명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의 소리이다. 그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얼마나 정성껏 그녀를 대하는지 그저 보고만 있어도 느껴진다. 그녀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들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들의 움직임을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며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것들이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그녀는 밀당의 천재다. 가까워졌다 싶으면 어느새 멀어져 있다. 감미로운 소리로 나를 꼬옥 안아주며 황홀감에 빠트리고는, 바로 다음날 쌀쌀한 소리를 내며 나를 밀어낸다. 그럴 때면 힘이 쭈욱 빠진다. 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허둥대기 일쑤다. 감미로운 소리를 듣고 싶어서 다시 한번 그녀에게 대들지만 그녀는 완고하다. 의욕을 가지고 그녀에게 말을 걸지만 냉담하고 쌀쌀한 그녀의 소리는 풀리지 않는다. 풀이 죽은 나는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그녀의 곁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녀는 다시 환하게 웃준다. 그 웃음이 나를 미치게 한다.


그녀는 친한 친구가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녀의 단짝 친구. 그녀와 만날 때면 꼭 친구와 함께 만난다. 그녀와 가까워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나는 그녀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친구와 친해질수록 그녀와 더 친해질 것이고, 그녀를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친구와 함께 지낸다. 따지고 보면 그녀와의 시간보다 그녀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그녀의 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친구도 그녀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다섯 개의 줄 위에 표현하는 친구는 어떨 땐 그녀보다 더 어렵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어쩔 때는 짧게 끊어서, 또는 길게 늘여서 말하는 친구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에서 불이 날 때가 많다.


일주일에 한 번 멘토를 만난다. 도저히 그녀 혼자서 공략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멘토를 요청했다. 멘토는 집으로 와서 나에게 그녀에 대한 공략법을 알려다. 멘토의 방법은 정확하다. 멘토가 알려준 대로 그녀를 어루만져주면 그러면 그녀에게서 감미롭고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아쉽게도 멘토가 떠나고 나면 그녀에게서 나오던 고운 소리가 사라지고, 다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멘토는 내게 매주 새로운 공략법을 알려준다. 나는 일주일 동안 그 공략법을 연구하고 연습한다. 멘토가 내게 "어, 열심히 하셨군요. 노력한 모습이 보여요"라고 말할 때면 기분이 참 좋다. 그녀와 견줄만한 미모와 감성을 가진 과분한 멘토 덕분에 나날이 그녀와 가까워지고 있다.

 

그녀를 사랑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그녀는 내게 삶의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다. 아직 그녀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를 매일 꾸준히 만나며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언젠가 그녀가 나에게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등장인물

그녀 : 바이올린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 : 바이올리니스트

조언을 청하는 곳 : 유튜브

밀당 : 실력이 늘어나서 기뻐하는 나의 모습과 아직 갈길이 멀어서 낙담하는 나의 모습

그녀의 친구 : 악보

멘토 : 바이올린 선생님


#바이올린

#유튜브

#밀당

#연애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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