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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처럼 May 09. 2022

어린이날이니깐 당연한 것 아냐?

일상 이야기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었습니다. 가족이 다 쉬는 날이었지요. 장인어른이 거동이 불편해서 모시고 지낸 지 벌써 7개월이 지났습니다. 가족끼리 어디에 가고 싶어도 장인어른을 혼자 둘 수가 없어서 그러기가 싶지 않습니다. 평일이야 장인어른도 어르신 보호 센터에 나가시고, 아이들은 학교 가고 저와 아내는 회사 가고 하느라 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는 장인어른이 센터에 나가시지 않으셔서(토요일에 센터 운영을 하지만 장인어른이 나가길 싫어하셔서 집에 있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이번 어린이날은 센터가 운영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장인어른 센터에 가시라고 하고, 애들이랑 어디 나갔다 오자"라고 말했습니다. 장인어른이 계시는 동안 우리 네 식구가 집을 동시에 비울 수 있는 시간이 최대 3시간 정도였는데, 장인어른이 센터에 가시면 7시간 정도의 시간이 나기 때문입니다. 장인어른을 모시면서 네 식구가 그런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좀 강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장인어른께는 죄송하지만, 어린이날인데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요.


장인어른은 센터에 나가고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행궁동에 갔습니다. 행궁 81.2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만화도 보고(밀리의 서재-마법 천자문)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냉메밀과 라멘을 먹었지요. 그리고 작은애가 사고 싶어 하는 포켓몬 인형 2개를 샀습니다.(요건 지출 계획에 없던 지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들이 사고 싶었던 닌텐도 게임팩을 사러 갔습니다.


아, 그전에 작은애의 어린이날 선물로 "쿠키런 킹덤, 쿠키성 블록"으로 이미 주문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쿠키성은 외할아버지가 선물해준 셈으로 치고, 너네들 게임팩 하나씩 하줄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인프라에 갔지요. 거기서 작은애는 "포켓몬"게임팩을, 그리고 큰 애는 "스포츠"게임팩을 골랐습니다. 게임팩을 고르고 나니, 사장님이 "닌텐도 스포츠 올인원 키트"를 추천해줍니다. 딱 1개 남았다고.(이거는 단골 멘트겠지요). 큰 애가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사기로 했습니다.


사면서 아이들에게,

"얘들아. 이거 출혈이 너무 심한 거 아냐?"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작은 애는,  

"어린이날이니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더군요.


아이의 당돌한 말에 우리 부부는 서로 바라보며 웃었고, 사장님과 매장 직원들도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매장 여직원이 작은 애에게 "그럼 어버이날 뭐해줄 거야?"라고 물으니 작은 애는 그냥 웃더군요. 집에 오는 길에는 작은 애가 팥빙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커피숍에 들어가서 팥빙수를 먹었습니다. 어린이날 마지막 출혈이었지요. 출혈은 비록 컸지만, 아이들과 즐겁고 재미나게 놀았던 즐거운 어린이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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