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세처럼 May 14. 2022

[8-3]용기가 필요해

아티스트 웨이 마이웨이 2기

#1. 용기를 내면 할 수 있는 일

아침 7기 30분 1학년 교무실, 1학년 부장님이 자리에 앉아 있고, 한 명의 교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역시 일찍 오셨네요. 근데 오다 보니깐 무슨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이거 무슨 소리예요?"

"아, 김쌤은 일찍 출근한 게 처음이라 몰랐겠네. 저거 헤세쌤이 바이올린 연습하는 소리야."

"헤세쌤이요? 바이올린도 할 줄 알아요?"

"그러게 별걸 다하지? 본인 말로는 잘하는 건 아니고 배우는 중인데, 아주 재밌다고 하더라고"

"음, 그렇군요. 그런데 부장님 말씀하시는 거 보니깐 되게 자연스럽네요. 자주 하나 봐요?"

"매일 연습하는데, 아침 7시부터 음악실에  바이올린 연습을 하더라고. 집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맘 편히 못하고, 그래서 아침에 일찍 와서 30분 정도 연습을 한다고 한다던데."

"와 대단하시네. 소리도 그럭저럭 들을 만한 것 같은데요. 바이올린 연습한다고 7시에 출근한다니"

"사람들 많아지기 전에 얼른 연습하려고 하는 거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바이올린 연습이 끝나면 미술실로 가서 그림을 그린데, 수채화를 한다고 하더라고"

"에엥. 수채화요?"

"그래, 수채화. 매일 30분씩만 그리는데, 그래서 2주에 한 작품 정도를 그린다고 하더라고. 잘 그리는 건 아닌데, 즐겁데. 게다가 미술쌤 말로는 그냥 왠만큼 그리는데,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정말 즐겁게 그리는 것 같데. 그리고 나날이 실력이 발전한다고 하더라고."

"헤세쌤은 캘리그래피도 하지 않아요? 캘리그래피 지도사 자격증도 있고, 캘리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고."

"그러니깐 좀 신기하긴 하지? 수학쌤이 저러고 있으니, 다른 쌤들도 의아해하는 눈치더라고."

"근데 좀 한가한가 봐요? 그럴 시간이 있고? ㅋ "

"뭐 일과 시간에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니깐, 7시에 학교에 와서 8시 20분까지 바이올린 연습하고, 수채화 그린 다음에 커피 마시면서 업무 준비를 하더라고.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애들 수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맡은 일은 다 잘 끝내니깐, 관리자분들도 지나가면서 '예술인이라며?'라고 농담 삼아 말하고 넘어가는 눈치더라고."

"헤세쌤은 정말 대단하다 싶다가도,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어떻게 그걸 다하지요?"

"지난번에는 교감선생님께서 교직원 회의 때 연주한 곡 해보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고 하시더라고"

"아, 맞다. 전에 애들이 말하는 것 들었는데, 헤세쌤 블로그에 글도 쓰고, 브런치 작가도 한다고 하시던데요. 대체 정체가 뭐예요?"

"뭐긴 수학쌤이지."


#2. 언젠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대화

바이올린을 메고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인적이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즐겨 가는 커피숍이다.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커피숍은 안쪽 1/4은 카운터와 커피를 만드는 곳이고 나머지 3/4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다. 베이지 톤의 벽은 화사한 분위기를 주고, 테이블 사이사이에 피카추, 뽀로로, 루피 등등의 귀여운 인형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몇 개월이 지나도 깨끗한 인형이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장님의 깔끔함이 돋보인다고 할까? 이제 얼굴을 알고 친근하게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주문한 라떼를 가져다준 사장님이 한 마디 건넨다.

"어, 바이올린을 하시나 봐요?, 오늘은 태블릿이 아니고 바이올린이네요."

"오늘은 글을 이미 써서요. 한번 바이올린 메고 와봤어요. 뭐랄까 겉멋 좀 부려보려고요. 하하"

"바이올린을 메고 들어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잘 치세요?"

"아뇨 잘 켜지는 못하는데, 그냥 좋아서 배우고 있어요."

"와, 바이올린이라니. 저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거 처음인데, 한번 구경해봐도 될까요?"

"그럼요. 와서 보시겠어요?"

나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사장님이 커피를 옆 테이블로 옮겨 주신다.) 바이올린을 꺼낸다. 바이올린과 활, 어깨 받침, 송진을 꺼내서 보여준다.

"활은 말꼬리로 만들어요. 연주하기 전에 송진을 묻혀야 되고요.(말하면서 활을 송진에 문지른다)"

"오, 바이올린이 이렇게 생겼군요. 하하 신기하네요. 꺼내신 김에 한 번 연주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앗, 하하. 잘 못 하는데. 그래도 마침 손님이 없으니 한번 해볼까요?"

스마트폰 조율 앱을 열고, 바이올린 조율을 시작한다. (아직 조율기 없이는 조율할 귀가 아니다) 조율을 마치고 각 현을 활로 그으며 몸을 푼다.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연주한다. 긴장해서 그런지 몇 번 활이 어긋나며 '끼긱'거리는 소리가 난다.

"하하, 관객이 한 명뿐인데도 긴장이 되네요. 잠시만요, 다시 시작할게요."

"괜찮습니다."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틀리는 것 없이 잘 연주를 한다.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기 전에 3개월 동안 피아노를 배울 때 배운 곡이다. 그때 계이름을 다 외우고, 바이올린을 배우면서부터 혼자서라도 꾸준히 연습했던 곡이다. 프로처럼 잘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나름 들어줄 만한 곡이다. 1분 30초 정도가 지나고 연주가 끝난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손뼉 치며) 오, 좋은데요. 연주회 해도 되겠어요."

"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시나요.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아뇨 빈말 아니에요. 혹시, 저희 손님 오면 한번 연주해 주실래요? 그냥 제 지인인데, 동호회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해야 되는데 한번 연습 삼아 연주해본다고 얘기를 하면 될 것 같아요."

"크, 그러다가 손님 떨어져 나가면 어떻게 해요?"

"아닌데요. 충분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해줄 만한 실력이에요. 두 테이블에 손님이 오시면 연주 부탁드립니다. 아, 연주료로 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제가 돈을 받고 연주를 하면 욕먹어요. 제 입장에선 이렇게 연주할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래도 음. 연주는 해주시지만 연주료는 안 받겠다고 하시니, 그럼, 커피값을 빼 드릴게요. 커피를 그냥 드리는 거로. 어떤가요?"

"사장님이 그래야 맘이 편하시겠다면 그렇게 하죠. 저는 커피를 공짜로 먹고,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연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근데 서비스가 되어야 할 텐데요."

5분이 지나자 한 커플이 들어와서 커피를 시킨다. 그리고 또 3분이 지나서 한 여성이 들어와서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는다. 속으로 테이크아웃이길 바랬지만, 약속된 두 테이블이 차 버렸다. 잔뜩 긴장한 내 얼굴을 보며 사장님이 짓궂은 미소를 보내준다. 그리고는 손님들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저기 손님들 잠시만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바이올린 연주 한번 해 드려도 될까요? 제 지인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동호회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연습 삼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 커피숍으로 불렀거든요. 혹시 괜찮다면 한 두 곡 연주해드려도 될까요?"

손님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웃으며 박수를 친다. 괜찮다는 뜻이겠지. 나는 일어나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연주를 시작한다.


주. 글을 처음 쓴 게 올 1월 말이다. 지금은 매일 아침 학교 음악실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바이올린 메고 커피숍에 갈 예정이다. ㅎ.

 





작가의 이전글 어린이날이니깐 당연한 것 아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