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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Dec 20. 2018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시즌이 시즌이라.... Canyon Lights at Capilano Suspension Bridge


이민 오는 사람들 중에 실패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 10억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몇 년 전에 들은 말이니, 10억이라는 금액이 지금 실정과는 좀 많이 다르긴 하다. 밴쿠버나 토론토의 경우에 방 두칸짜리 아파트도 신축이면 10억에 육박한다. 일단 10억은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만 생각하자.) 


이유가 뭘까? 


- 10억원 들고와서 망하는 대략적인 시나리오


일단 1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고 이민을 왔으니 당장 생활비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비지니스를 할 생각이지만 섣불리 시작하기 보다는 우선 캐나다에 적응도 하고 감도 잡아야 하니 1~2년 정도를 쉬게 된다. 그런데 돈을 고스란히 모셔놓고 쉬는게 아니라 일단 집도 사고, 차도 괜찮을 걸로 한대 산다. 10억 정도의 재산을 들고 이민올 정도면 한국에서 상황이 꽤 괜찮았던 편이라는 이야기고, 그러다보니 씀씀이도 제법 큰 편이다. 씀씀이라는게 쉽게 줄여지는게 아니다보니 한국에서 쓰던대로 계속 쓰게되고, 그렇게 '적응기간'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2년 정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2년 후 재산이 얼마나 남아있나 정리를 해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고, 어서 뭐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나다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뭘 하면 좋을 지 감 잡겠다고 2년 정도 쉬었지만, 사실 그냥 쉬었을 뿐 그 동안 특정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니다. 처음왔을 때나 지금이나 따지고 보면 별 차이도 없는데 일단 마음이 급해졌으니 눈에 띄는 비지니스를 시작하고 본다. 하지만 불행히도 급한 마음에 시작한 비즈니스가 잘 되기는 힘들다. 그렇게 한 번 망하고 나면 재산은 또 크게 줄어 든다. 이제 남은 건 집 뿐이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이번에라도 잘 되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망하면 정말 10억이나 되는 재산을 단 몇 년만에 증발시켜 버린 셈이 된다.


이게 10억 들고 이민 온 사람이 망하는 대략적인 시나리오다.


재산이 아주 많아서 아예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걱정이 없다면 망할 일도 없다. 반대로 애초에 가진 거 없이 몸뚱이만 가지고 온 사람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치열하게 부딪혀서 살아남는다. 하지만 10억 정도의 애매한(?) 돈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돈이 주는 안도감에 방심하고 있다가 몇 년 안에 재산을 탕진하고 이민에도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 '10억'이라는 돈이 실패의 원인은 아니다. 실패의 원인은 바로 돈이 주는 안도감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적응'한다며 허송세월을 보낸 데 있는 것이다.



-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만나서 이런 저런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어깨 너머로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보는 것은 그나마 그것도 안 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떤 일이 되었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지 않으면 실상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식 비지니스에 관심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에서 외식사업을 하면서 잔뼈가 굵었다면 또 모르겠으나(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캐나다 간의 차이는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일을 배우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서빙을 하든, 주방보조를 하든, 하다 못해 디시와셔를 하더라도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남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현장경험을 쌓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일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산 지식이며, 이렇게 얻어진 산 지식은 직접 비지니스를 할 때 큰 거름이 되어 준다. 어쩌면 남의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살펴보니 '이 길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면 더더욱 다행이다. 현장 경험에 몇 개월의 시간을 투자한 대신에 한 번의 실패를 줄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 경험도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물론 좋다. 위에서 식당 비지니스를 예로 들었 듯이,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비지니스의 분야에서 최저시급이 되더라도 임금받으면서 일을 해 보는 것이 그런 방향성이 되겠다. 하지만 그런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발에 걸리는 어떤 일이라도 일단 하고 보는 것이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적응'만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의 묘미 중 하나는 주어진 길을 따라서 열심히 가다보면 예기치 않은 샛길이 나타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나타난 생각지 않았던 샛길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심지어 큰 성공을 이루도록 해 주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주변에서 그런 경우 한 두번 정도는 보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샛길'이 '주어진 길'을 따라서 뚜벅뚜벅 걸어가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어진 길이 앞에 있지만, '가봤자 뻔한 길인데 힘들게 뭐하러 가'라며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으면 결코 그 샛길이 나타나는 지점까지 도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샛길은 언제 나타날 지 알 수 없으며, 어쩌면 아예 나타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샛길이 없다'는 사실조차도 직접 가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상에서 한 이야기에 대해 실제적인 사례를 제시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아쉽게도 현재의 내 주변에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자신이 현재 위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기는 하다. 아직 '샛길'을 발견하지는 못 했지만, '샛길'이 나올 때까지 지금 주어진 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 볼 생각이고, 샛길이 안 나오더라도 계속해서 걸어가 볼 생각이다.  


길이 나타나면 그 지점은 갈림길이 된다. 어느 방향으로 갈 지는 그 지점에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그 지점까지 도달할 수 없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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