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주권자라고 하면, 비영주권자 분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은 "영주권 어떻게 받으셨어요?"이다.
영주권 신청을 했던 것이 2011년 여름이었고, 영주권 확인서(COPR)를 받은 것이 2012년 12월이었으니, 지금 시점에서 내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 봤자 너무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내가 영주권을 받은 카테고리는 '자영이민(Self-employed Immigration)'인데, 이 또한 일반적으로 신청 가능한 카테고리는 아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기는 하다. 그나마 한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점이라면 제목에서 밝혔듯이 이주공사의 도움 없이 셀프로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점일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에 의의를 두고 경험을 공유해 볼까 한다.
1. 자영이민(Self-employed Immigration)이란?
'자영(Self-employed)'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카테고리가 아닐까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매우 한정적인 분야에서의 자영업자(프리랜서)들에게만 해당사항이 있다. 그 분야는 첫 번째로 문화/예술/체육 쪽이며, 이런 분야에서 프리랜서(개인사업자)로서 국제적인 레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농장 운영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대상이 된다. 이렇게 한정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신청 자체가 힘든 분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각 분야별로 세부적으로 어떤 직종들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는 있다. 사실 나 자신도 이 카테고리에 해당사항이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부 직군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한국에서 하고 일이 Independent TV Producer라는 직업군으로 분류되어 해당사항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self-employed도 단어 뜻으로만 보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에게만 해당사항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나는 프리랜서는 아니었고, 이 쪽 분야의 작은 법인회사에서 지분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었다. 지배주주나 오너는 아니었지만, 대주주이기는 했다. 그래서 self-empolyed로 인정이 될까 안될까 반신반의하면서 신청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2. 셀프 이민 신청 시의 어려움
1) 답답함
셀프로 이민을 진행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첫째는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캐나다 이민국이라는 곳이 쌍방향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신청할 당시만 해도 서울에 있는 캐나다 영사관에서 이민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주권 신청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하러 갔더니 직원 얼굴 한 번 볼 기회를 안 주고 구석에 있는 통에 넣고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접수 확인증 같은 것도 발급해 주지 않았다. 이민 신청이나 절차, 진행상황 같은 것도 대사관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데, 전화연결 자체가 안 되었다. 그러니 서류를 제대로 받기는 한 것인지, 진행이 되고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해 엄청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내가 신청했던 self-employed 카테고리는 열려 있었지만, 사업이민이나 기술이민은 거의 막혀있고, 전반적으로 이민자 쿼터도 감소하는 추세인 듯하여, 카테고리만 열려있을 뿐 결국 수속료만 날리고 영주권은 못 받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주권을 받고 보니 이런 걱정들이 모두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깨달은 점이 있다면...
(1) 연락이 없고 문의해 볼 수도 없지만 수속은 프로세스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걸로 믿어도 된다.
(2) 선진국답게 시스템과 규정에 따라 결정하지, 정책적 방향성이나 실무자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라는 점이다.
따라서, 좀 답답하고 막막하더라도, 이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셀프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민 에이전트(혹은 이주공사)를 통하면 대략 1만 불, 혹은 천만 원 내외의 수속료를 요구하는 것 같다. 이 비용 이외에도 캐나다 이민국에 내야 하는 금액이 있으니 이민 수속에 소요되는 총액은 1만 5천 불, 혹은 천오백만 원 내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셀프로 수속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시간과 정신노동을 투자하면 이 돈이 절약되는 것이다. 투입 시간 대비 이보다 더 productive한 일이 있을까? (중견 직장인 3개월치 월급이다)
내가 이주공사를 통하지 않고 셀프로 진행을 한 이유는 물론 금전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이민'이라는 특이한 카테고리로 진행을 하려다 보니, 몇몇 이주공사와 전화 상담을 하면서 그 담당자들 역시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것이다. 그러면서 1만 불이라는 수속료를 선불로 요구하니, 어떻게 선뜻 그런 거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지금은 자영이민 케이스가 많이 늘어나서 이주공사들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확보한 듯이 보이기는 한다.)
2) 영어실력
셀프로 이민 수속을 하려면 영어를 엄청 잘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 자신은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는 않는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서 셀프로 도전해 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영어교육을 무난하게 받았고, 대학 때 토익 토플 공부 좀 한 분들이라면 사전 좀 뒤져가면서 충분히 혼자서 진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렇게 시간 좀 투자하고 정신노동 좀 하면 무려 천만 원이 넘는 돈이 절약된다. 현금으로 천만 원 모으려면 도대체 얼마 동안 일을 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인 것이다.
셀프 이민을 하려면 우선 CIC(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처음엔 막막해도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에는 이민 절차와 필요서류, 그리고 필요서류를 준비하는 방법까지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이 다 올라와 있다. 관련된 페이지를 여러 번 정독하고, PDF로 된 자료들도 받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CIC 홈페이지를 사전 옆에 놓고도 독해할 능력이 안 되는 분이라면, 이민 자체를 심각하게 다시 고려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3) 복잡한 서류 준비
지금은 절차가 바뀐 것 같지만, 나의 경우에는 simplified application form을 먼저 제출하고, 1년쯤 지나서 본서류 제출을 요청받았다. 필요서류 목록도 같이 받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의 서류를 요구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걸 다 언제 준비하나 싶었는데, 역시 결과적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까 다 준비가 되었다. 서류 준비에서도 영어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번역 사무실에 의뢰하고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어차피 이주공사들도 번역 사무실에 외주 주는 것으로 보임) 영어로 서류 작성하는 것이 부담되시면 다 우리말로 작성한 후에 번역 사무실에 의뢰하면 된다. 번역 사무실에서 공증업무까지도 알아서 처리해 준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셀프로 영주권 취득에 성공했고, 이에 들어간 총비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2011~2년 기준)
- 이민 신청비 : 약 2백만 원
- 서류 번역 공증료 : 약 80만 원
- 각종 서류 준비료 : 약 20만 원
- 랜딩 피 : 약 120만 원
- 이민 신검 : 약 50만 원
총 : 약 470만 원
셀프 이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 죄송하지만, 이민 절차와 방법에 대한 질문과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도와드릴 수 있는 전문성과 지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민 업무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며, 제 영주권 신청이 끝난 후로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었기에, 그 이후로 상당히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있는 캐나다의 이민 정책과 이민 신청 절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