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들을 통해 '이민이란 무엇인가?'와 '성공적인 이민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니,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이민을 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이민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해 정리해 볼까 한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두 가지 이유로 욕을 먹을 것 같다.
첫번 째로는 '당연한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는 이유이고, 두번째로는 '그 조건이 다 충족되면 뭐하러 이민가냐?'라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써 보련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성공적인 이민을 위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은,
첫째, 돈
둘째, 기술
셋째, 영어
이다.
세 가지를 모두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일단 셋 중에 둘 정도만 갖추면 '성공적인 이민'을 위한 기본 조건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다. 만일 한 가지밖에 갖출 수가 없다면 그것은 '돈'이 되어야 한다. 대신 좀 많아야 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보았을 때 대략 2~3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광역 밴쿠버 기준)
글머리에서 쓴 대로 '그게 다 있으면 실패하기도 힘들겠다', 그리고 '그거 다 있으면 한국에서도 잘 사는데 뭐하러 이민 가냐?'라는 욕이 환청으로 들리는 듯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성공적인 이민이 되기 어려운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냉정하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민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위해 하는 것이지,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이뤄내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외적인 경우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일반화하여 나에게도 그런 예외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돈 없고 재주도 없어서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었던 사람이, 돈도 없고 재주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캐나다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그럼 이제 이 세 가지 조건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돈. 돈이다.
그렇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 개인별로 처한 상황이 다를 테니 단정적으로 얼마라고 말하기는 힘든 일이다. 다만, 캐나다에서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가져와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마음도 불안해진다. 불안한 마음으로는 안정적인 소득기반 마련을 위한 사전작업(학업, 비즈니스 준비 등)도 힘들어진다.
기술과 영어가 뒷받침이 된다면, 이 요소들을 사용하여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버틸 자금만 있으면 된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자녀 두 명을 둔 4인 가족으로 봤을 때 광역 밴쿠버에서는 최소 6~7만 불(5~6천만 원)/년 정도는 필요하다. 일회성 목돈(자동차 구입, 가구 구입 등)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니 안정적인 소득기반 마련에 3년이 걸린다면 최소한의 생활비로도 18~21만 불(대략 1억 6천~ 1억 9천만 원)은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1회성 목돈 지출까지 포함하면 아무리 없어도 25만 불(약 2억 3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 취업 전에 학업을 마쳐야 하는 경우라면 학비도 추가해야 한다. 이상은 취업을 통해 소득기반을 마련할 경우이고, 만일 비즈니스(자영업)를 할 예정이라면 학비 대신 창업을 위한 자본금이 필요하다. 그러니 대략 5~60만 불(5~6억) 정도는 들고 와야 하는 셈이다.
기술과 영어가 없이 '돈'만 가지고 오려면(즉, 있는 돈으로 놀고먹으려면), 이 돈을 통해 연간 6만 불 이상 임대소득 등의 자본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금액이 필요하다. 역시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최소한 2~300만 불 정도는 가져와야 이렇게 저렇게 굴려서 그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술.
캐나다에서 공인받을 수 있고 생활임금 이상을 벌 수 있도록 취업이 가능한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사람이 네이티브에 준하는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상 소위 '입'으로 벌어먹고 사는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스킬(즉, 영어)보다는 몸으로 때우는 직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전문화된 기술에 대한 공인된 '증'이 없으면 최저시급 이상의 급여를 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최저시급만 받아서는 성공적인 이민은 고사하고 생활 자체가 힘들다. 만일 부부가 함께 최저시급을 받는 일자리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면 연간 5~6만 불 정도는 벌 수 있다. 이 수준이면 4인 가족이 광역 밴쿠버의 변두리 지역에서 그냥저냥 먹고살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여유를 누리기는 힘들다. 현실이 이러하니 최저시급이라도 받으면서 '몸으로 때운다'는 각오만으로는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갖고 올 기술이 없다면, 와서 배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기는 하다. '돈'부분에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취업 전에 취직이 잘 되는 '기술'을 학교에서 배우고, 그 후에 취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공부에 투자할 '시간'과 '학비'가 추가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셋째, 영어.
한국말을 못 하면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 듯이, 캐나다에서도 영어를 못하면 당연히 살기가 힘들다. 일상생활은 눈치 보면서 손짓 발짓을 섞은 단어 조합하기로 어떻게 해 나갈 수 있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영어를 하지 못한다면 구직활동부터가 힘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궁여지책으로 한인기업이나 업소에서 일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역시 최저시급 수준을 벗어나는 급여를 받기는 힘들어진다. 캐나다에 오기로 결심했다면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개개인의 경우마다 필요한 영어의 수준은 다를 것이나, 어떤 경우라도 영어는 잘 하면 잘 할수록 좋다. '가서 살다 보면 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서바이벌 영어 수준까지는 저절로 늘겠지만, 100년이 더 지나도 노력 없이 그 이상의 수준으로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어는 어느 정도 해야 하나? 일 안 하고 놀고먹을 수 있는 재산이 있다면 영어 못해도 된다. 그런 재력이 없다면 IESLT General Module기준으로 최소 6.0은 되어야 한다. 이 정도가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라도 잡을 수 있는 영어의 수준이다.
이상 성공적인 이민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민은 현실도피가 아니다. 한국에서의 삶이 성공적이지 못해서 이민을 가려고 한다면, 이민 후의 삶도 역시 성공적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물론 초인적인 노력을 통해서 입지전적인 성공스토리를 써내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이런 경우들만 보고 '그러면 나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근거 없는 초긍정의 마인드를 갖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나 그런 기적적인 성공을 일구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 자신은 그런 사람일 확률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일 확률이 훨씬 높다. 이민을 원한다면 성공적인 이민이 되기 위한 최대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노력을 동원해 위의 요소들을 최대한 갖추어야 한다. 만일 위의 조건들을 갖추는 것이 힘들다면, 이민은 매우 진지하게 '재고'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