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밴쿠버 딸기아빠 Oct 27. 2018

성공적인 이민이란 무엇인가?

키칠라노 해변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는 밴쿠버 사람들

  '이민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앞의 글에서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이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렇다면 다음은 '성공적인 이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가 아닐까 싶다. 말장난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진지하다. '이민'이 곧 '성공'은 아닐 테니 말이다.(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경계해야 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민이 '성공적인 이민'일까?


   첫째, '이민'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해소되는 이민이다. 


  '이민이나 가버릴까?'라고 쉽게 내뱉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예외가 없지는 않겠으나, 대개의 경우 이민은 확고한 결단과 그에 따른 적극적 노력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그리고 이런 결단과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꾸준한 동력을 공급해 주는 것이 바로 '목표', 즉 애초에 이민을 결심하게 된 '동기의 해소'이다. 동기는 크게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지기는 하겠으나(교육, 경제적 성공, 여유 있는 삶, 헬조선 탈출 등등), 개인마다 다양할 것이다.  그러니, '성공적인 이민'의 일차적인 조건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그 동기를 해소하는 것이 될 거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차원의 동기가 해소되었다고 그것이 곧 성공한 이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삶이란 건 좀 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기 무섭게 다음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인생이며, 한 가지의 욕구가 해결하고 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물론 그렇게 새로 생겨나는 욕구들을 모두 해소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논점이 흐려지니 더 따지지 말고 넘어가자.)


  그렇다면 어떤 조건들이 더 충족되어야 '성공한 이민'일까?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최대한 객관화해서 정리해 본다. ('주관적'이라고 했으니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너무 따지지는 말자.)



  둘째, '경제적 안정'이 확보된 이민


  '경제적 안정'은 사실 이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이민 가지 않고 한국에서 살더라도 '경제적 안정'은 역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된다. 이민 오면 뭐하나? 있던 돈 다 까먹고 돈을 벌 방법도 없으면 그 이민은 실패한 이민이다. 캐나다가 제 아무리 복지국가이고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이 많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먹고 자고 입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경제적 안정'이라고 했다는 점이다. 이민 와서 사업을 벌여 많은 부를 쌓았다면 그것도 '성공적 이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성공이 애초에 이민의 목적이 아니었다면 그것만으로 성공한 이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궁색하지 않을 정도로 의식주를 해결하고도 여가를 즐길 여유자금이 있으며, 더하여 노후대비나 미래의 희망을 꿈꿀 수 있을 수 있을 정도의 저축만 할 수 있다면 '경제적 안정'은 이루어진 것이며, 그렇다면 '성공적 이민'을 위한 기초는 다져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안정'은 어느 정도의 소득을 얻어야 이루어지는 것인가? 이론의 여지가 많고 지역별로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광역 밴쿠버에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대략 세후로 6~7만 불/년 정도는 벌어야 한다. (왜 이 정도 벌어야 하는지는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해 보겠다.)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조사하고, 사전답사도 해 보는 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확실한 방안을 만들어서 오면 좋겠지만,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오더라도 치열한 고민을 하고 온 사람과 '가서 부딪히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온 사람은 결과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옆길로 샐 수 있기 때문에 길게 말하지 않겠지만, 사실 '경제적 성공'을 꿈꾸는 이민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본다. 실현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만한 고생이 수반된다. 이 부분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도 역시 후에 기회가 있다면 해 보겠다.



  셋째, 캐나다적인 삶을 누리는 이민


  경제적인 안정은 확보되었다면, 다음으로는 캐나다적인 삶을 '누려'야만 성공한 이민이라고 생각한다. 이민을 통해 '몸'은 캐나다로 왔지만,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히 한국적인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성공적인 이민이 못 된다. 내용적으로도 '캐나다적인 삶', 혹은 '캐나다를 누리는 삶'이 되어야만 성공한 이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한국적인 생활문화를 다 버리고 캐나다적 생활문화를 흡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삶이 '캐나다를 누리는 삶'인가?  캐나다는 해마다 실시하는 세계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매년 5~6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도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왜 캐나다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가장 단순화하여 정리하자면, 첫째로 스트레스가 적고, 둘째로는 삶을 누리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부분은 어느 정도는 저절로 해결되는 측면이 있다. 소소하게는 공해와 교통체증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고, 좀 더 크게 보면 자녀교육문제, 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잘 정비된 사회제도가 그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삶을 누리는 부분은 어느 정도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 앞의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에게 캐나다는 '지루한 천국'일 수 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 캐나다적인 삶에 잘 적응한다면, 캐나다는 여유 있고 풍성하게 삶을 꽉꽉 채울 수 있는 진짜 천국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추구하던 즐거움이 피동적인 즐거움이었다면, 캐나다에서는 능동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즐거움은 남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여유, 독서, 취미, 스포츠, 레저, 자연친화적인 활동들을 통해 얻어진다.



  첫째부터 셋째까지 나누어서 정리를 해 보았는데,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서 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피부에 확~ 와 닿게 구체적인 기준점을 세워서 이야기해 보자. 


 "캐나다에 왔으면 캐나다 중산층 정도의 생활수준은 누려야지 성공한 이민이다."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기대 수준은 다를 것이고, 나름의 기대 수준을 충족한다면 그것 역시 성공한 이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캐나다적인 삶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그림을 갖기 위해서 이렇게 규정해 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단독주택에 산다. 가구당 소득은 대략 10만 불 이상. 두 대 이상의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 주 40시간 근무를 하고 칼퇴근해서 저녁시간은 여가를 즐기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며, 주말에도 역시 취미생활을 하거나 근교로 짧은 여행을 다닌다. 연간 3주 이상의 휴가를 즐기며, 해외여행은 연평균 2회 이상이다. (엄격한 기준이나 통계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적 통념으로 대략 이렇다는 이야기) 이런 것들은 표피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에 불과하고 내용적으로도 이들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살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민자들도 이 정도의 삶은 누려줘야 하는 것이고, 당장은 어렵더라도 이 정도는 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성공적인 이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배가 불러서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고 있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어차피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고 캐나다 중산층처럼 못 산다고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까. 논지를 명확히 하고자 좀 단정적으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여유를 갖기 위해' 캐나다로 왔는데도 불구하고 주당 60시간씩 일하면서 이 좋은 자연환경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여기가 한국인지 캐나다인지도 모른 채로 살아가거나,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려고' 캐나다에 왔는데 일에 치이고 생활고에 찌들어 아이들을 제대로 돌 볼 시간도 없이 방치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성공적인 이민생활이 아니다.


  '성공적인 이민'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정리해 보자.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이기 때문에 좋은 것들을 어느 정도는 누리면서 살아가는 삶, 그리고 한국을 떠난 이유가 된 요소들을 떨쳐버리고 사는 삶이 되어야만 '성공적인 이민'이다.

이전 02화 '이민'의 정의 - 이민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