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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Oct 14. 2020

육아 천국이 있다면 이곳일까

베이비 카페 첫 방문기


시간은 안 가는 듯하면서 꾸준히 흘러, 호야도 어느새 10개월 아기가 되었다. 누워서 먹고 울기 신생아 때에 비하면 이제는 '작은 사람' 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옹알이도 잔뜩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뭉클해진다. 움직임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딱딱 끊어지던 동작이 점점 부드럽게 이어지는 동작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장난감을 휘두르다 자신의 얼굴을 때리지 않는다), 잠투정 외에는 어디가 아프지 않은 이상 우는 일도 별로 없다(울음 대신 생떼를 부리는 느낌...). 몸도 훌쩍 커서 엄지손가락 길이만 하던 발 크기도 이제는 손바닥 길이를 넘친다.


아기가 얻게 된 능력만큼 편해진 부분도 있지만(예를 들면 빨대컵을 쓰게 돼서 물을 떠먹여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 등) 한편으론 더 분주해지기도 했다. 1초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기와 몸으로 부대끼는 일이 훨씬 늘었다. 진이 빠져 아기의 낮잠시간(= 나의 휴식시간) 기다리는 때다. 요즘 호야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안 돼."랑 "아기야, 안 졸려?"인 것 같다. 하지만 불행히도(?) 근래 낮잠 횟수가 2번에서 1번으로 줄었다. 총 낮잠 시간은 비슷하지만 어쩐지 아쉽다.


지난 주말, 그날도 아기는 쉬지 않고 물건들을 헤집어 놓고, 기고 서고 굴렀다. 오전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남편과 나의 다크서클은 서로 경쟁하듯 빠르게 내려왔다. 바닥에 널브러진 남편과 나의 몸을 아기는 방지턱 넘듯 기어서 오르내렸다.


"키즈 카페 가볼까?"

남편이 제안했다. 아기의 넘치는 기력을 감당하기에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드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기에게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놀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키즈 카페? 호수공원이 낫지 않나?"

코로나 때문에 아기의 50일 촬영은커녕 100일 촬영도 가지 않은 우리였다. 실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마음 편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차라리 호수공원처럼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낫지 않겠냐는 게 내 의견이었다. 하지만 몇 주 전 아기와 함께 호수공원에 갔던 일이 곧 떠올랐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보냈던 시간은 확실히 즐거웠지만,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에게는 돗자리 밖의 세상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쩐지 아직은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남편을 따라 근처 키즈카페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베이비 카페라는 곳이 있는데?"

남편의 말과 동시에 내 손 안 액정 화면 속에서도 베이베 카페라는 글자가 보였다.


'베이비 카페?'

키즈 카페만 들어봤지 베이비 카페는 처음 들어봤다. 찾아보니 36개월 미만의 아기만 보호자 동반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이는 베이비 카페에는 온갖 아기들 장난감과 볼풀장이 있었고 무엇보다 베이비 카페답게 입구부터 매트가 깔려있었다. 호야가 누비고 다니기에 이곳보다 좋은 곳은 없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키즈 카페는 큰(?) 아이들이 많이 와서(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많진 않겠지만)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치이지 않으려면 두 돌은 지나서 가는 게 좋다는 말을 들어서 구미가 당기지 않았었다. 돌 지난 아기를 키우는 친구는 얼마 전 키즈 카페를 갔었는데 놀 수 있는 게 없어서 볼풀장에만 잠깐 있다 나왔다는 말도 다. 그런데 베이비 카페는 대부분 기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이니 나이대도 맞았고 장난감 종류들도 지금 시기에 놀 수 있는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호야에겐 놀이공원 그 자체일 터였다.


남편과 나는 코로나의 불안감을 어느 때보다 쉽게 떨쳐버렸다. 아기가 낮잠에서 깨자마자 일사천리로 짐을 챙긴 후 근처 베이베 카페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이비 카페는 천국이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는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었다. 모유수유를 위한 수유실은 물론이고 이유식과 분유 먹는 아기를 위한 전자레인지와 아기 식탁의자와 분유 포트, 그리고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까지. 보호자들은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었 아기의 간식도  수 있었다.


호야는 처음에는 낯선 곳에 적응하느라 30분 정도 얼음처럼 굳어 있었지만 금방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2시간 반 동안 불편함을 느끼는 일 한 번 없이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놀아줄 수 있었다. 여기저기 잔뜩 있는 장난감들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호야의 흥미를 끝없이 채워줬다.


우리 외에 4 가족 정도가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아기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혹시나 다른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다들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좋다. 맨날 오고 싶다."

나는 감격해서 남편에게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구강기 아기들이 많다 보니 위생적인 면이 걱정되기는 했다. 아무리 장난감을 깨끗이 관리한다고 해도 호야가 잡고 있는 장난감이 몇 명의 아기들의 입을 거쳐왔을지 알 수 없었다. 다음에는 나부터 호야 입에 들어간 것들은 씻어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저녁 호야는 집으로 돌아와 씻고 먹은 지 5분 만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호야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단비 같은 하루였던 것 같다. 우리는 가까운 시일 안에 근처 다른 베이비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때는 아예 하루 종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볼 작정이다.


호야가 제일 좋아한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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