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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16. 2020

노키즈존에 대한 생각

노키즈존은 이기적인 '부모'와 이기적인 '부모 아닌 자들'의 합작품이다


얼마 전에 노키즈존에 대한 생각을 쓴 어느 브런지 작가님의 글을 봤다. 아이들이 카페에서 고성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는 등의  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 노키즈존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시끄러운 아이를 방치해두는 이기적인 부모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그런 상황 때문에 그들이 미워지는 일이 슬퍼진다고 했다.


그 글을 읽으며 이기적인 부모와 함께 노키즈존을 만드는 이기적인 어른들까지, 세상이 참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든 데는 내가 가진 경험의 바탕부터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제껏 40년 가까이 살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키즈존을 만드는 사람들이 느낀 불편을 잘 알지 못한다.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쌀국수집, 일식집, 고깃집, 칼국수집 등 식당에서 일을 한 적이 많은데, 그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일단 아이들이 오면 일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아기 의자도 갖다 줘야 하고, 빈 접시도 더 챙겨줘야 하고, 어질러진 정도가 비교적 심해서 뒷정리도 오래 걸린다. 그밖에 가위를 달라거나 하는 등의 요청사항도 많다.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두 번 정도다. 한번은 손님들이 떠나고 자리를 치우러 갔는데 그 자리가 경악할 만큼 지저분했던 적이 있다. 식당에서 촉감놀이를 한 건지 국수 가락들이 식탁 위며 바닥이며 잔뜩 어질러져 있어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한번은 어느 엄마가 아기랑 와서 식사를 했는데, 뭐를 달라 뭐를 어떻게 해달라 하는 요구가 많아서 테이블은 하난데 다섯 테이블에 맞먹는 피로를 느꼈던 적도 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2년여 동안 그렇게 딱 두 번 힘들었던 기억이 다.


경험을 일반화하려는 건 아니다. 2016년부터 이미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이 54.7%에 다다랐다고 하니(출처: 위키백과), 그만큼 불편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카페라는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 부모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미성숙하다는 핑계에 숨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또한 식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다쳤을 때 그 책임을 식당 주인과 종업원도 같이 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업주가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면 자신의 식당 혹은 카페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식으로 비난할 생각도 없다. 그들의 사업이니 그들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기적인 부모들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겨났으며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노 배드 페어런츠 존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노키즈존을 만드는 것은 이기적인 부모를 포함한 이기적인 어른들이며, 필요한 것은 단지 노 배드 어덜트 존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경우에는 엄마가 된 후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아이들 때문에 그곳을 떠난 적은 없고 오히려 마스크를 안 하고 대화를 나누는 어른들 때문에 카페를 나온 적이 최근에 최소한 두 번은 된다.  


시끄럽게 떠드는 청소년들에게 나가 달라고 말하는 카페 주인은 봤어도, 마스크를 안 하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주의라도 주는 업주는 아직 보지 못했다.


카페는 쉼의 공간이고 그곳에서 온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나 역시 카페에서 만족할 만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손해를 본듯한 기분에 화도 난다. 하지만 노키즈존을 지정해 조용한 시간을 보장받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은 것이 아니라 이기심으로 일궈낸 성취일 뿐이다.


공공장소는 에티켓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보니 어느 정도 불편함이 생기는 것도 불가피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음식 값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노키즈존을 만드는 건 이기적인 부모를 포함해 정확히는 이기적인 어른들이다. 아이를 방치하는 이기적인 부모를 용납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어른들이 아이들 전체의 입장을 막는 노키즈존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모가 10명 중 1명이라면, 그 1명이나, 다른 9명의 부모들까지 배척하는 어른들이나,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박탈했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서로 자신의 쉼을 보장받으려는 이기심의 얼굴을 하고 있다.


노키즈존의 필요성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은 남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없, 피해를 줄 일도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까. 나는 아기가 내 노력과 예상을 벗어나 울거나 소리 지르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의가 아니게 그런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자못 하게 된다.


노키즈존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은 결과임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이기심을 미워하게 되어 슬퍼지는 마음도 좋지만 그전에 자신의 이기심도 함께 돌아보며 슬퍼할 수 있다면 좋겠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노키즈존을 만들 수밖에 없었노라 말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노키즈존으로 인한 피해자는 따로 존재한다. 나머지 9명의 에티켓 있는 부모들까지 차별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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