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집중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이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조차 어떤 의미를 가진 듯 보인다.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낯선 것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우리가 걱정에 휩싸여 있다면 새로운 것을 보아도 보지 않은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은 내려놓음에서 온다. 걱정들을 내려놓는 순간이야말로 우리의 오감이 생생하게 깨어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자잘한 걱정거리들은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일상은 변하는 것 없이 무난히 흘러가리란 것을. 여행하는 잠깐 동안에는 걱정을 내려놓기가 수월하다.
나름의 비용과 귀한 시간을 들여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걱정들을 내려놓고,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려고 애쓴다. 그런 의지 때문에 여행은 아름답다. 순간 속에서 발견되는 빛들, 감정들은 그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만약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걱정 혹은 아픔을 붙잡고 떠나는 여행이라도 괜찮다. 당연히 그때는 걱정(혹은 아픔)이 내려놓음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낯선 곳에서 비로소 바깥에서 눈을 돌려 자신의 내면을 보기도 한다. 낯선 공간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좋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방해하는 것도 없다. 사색만을 위해 마련된 듯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안심하고 마음껏 생각에 잠긴다. 대자연 속에서 우리의 걱정들이 먼지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집중이 여행의 본질이라면 일상이 아름답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열쇠는 결국 나의 의지가 아닐까? 걱정 또는 타인에게 나를 쉽게 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