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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Feb 15. 2021

덕질의 시작

싱어게인 63호 이무진


"이무진 팬카페에 가입해야겠다."

육퇴 후 어제 뉴스룸의 문화초대석에 나온 이무진을 유튜브로 보던 나는 팬카페가 있다는 걸 알고 곧바로 가입을 했다. 말잇못 표정으로 "그렇게까지 하냐?"라고 묻는 듯한 남편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가입인사를 올리고 댓글을 몇 개 단 다음 등업 신청까지 순식간에 마쳤다. 그렇게 나는 무찐찐이라는 별명의 리모(이무진 팬덤명)가 되었다. 팬카페 가입은 HOT 때 이후로 처음이다(크하).


처음 이무진의 노래를 들은 건 유튜브에서였다.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조회수가 1600만을 넘은 '누구 없소' 영상이 홈 화면에 떠 있었다. 영상을 클릭하니 부스스한 파마머리의 청년이 63이라는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어깨에는 기타를 메고 등장했다. 그는 자신을 "노란 신호등 같은 가수"라고 소개했다. "신호등의 빨간 불과 파란 불 사이에서 딱 3초 동안 빛났다가 사라지는 노란 신호등의,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한다."는 말에 첫 번째 감탄이 나왔다. 신호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노래가 시작하기 전부터 그의 비범성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두 번째 감탄은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쏘아보는 듯한 그의 비장한 눈빛을 봤을 때, 세 번째는 전주 부분에서 현란한 기타 실력을 보고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그가 "여보세요~"라고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그 첫 소절에서 그대로 숨멎. 벌어진 입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소름이 몇 번이나 돋았는지 모르겠다. 특이한 목소리, 기타 실력, 신선한 편곡까지. 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귀도 당황하고 심장도 놀랐다. 그날 그 노래만 스무 번은 넘게 다시 들은 것 같다(아마 혼자 있었다면 밤새 반복해서 들었을 거다).


그 후로 유튜브를 볼 때마다 밥 먹듯이 '63호'와 '이무진'을 검색했다. 그는 싱어게인의 모든 무대에서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소름이 돋지 않은 무대가 없었다. 언제나 비명 같은 감탄사가 몇 번씩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매번 유튜브로 반복해서 듣다가 나중엔 그걸로 성이 차질 않아 멜론에서 무한반복을 했다. 그러다 야금야금 인스타 팔로우도 하고 유튜브 팬 계정도 구독하다가 오늘 결국 팬카페까지 가입하면서 스스로의 입덕을 인정하게 됐다(서울 콘서트 티켓팅은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ㅜㅜ).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오랜 세월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유시민의 질문에 유희열이 망설이지 않고 "목소리"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사, 멜로디도 좋지만 결국 가수의 얼굴과 표정은 목소리 같다. 세대에 길이 남는 가수들을 보면 다 목소리다. 김광석, 전인권, 김범수, 아이유 등 우리가 '가수'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목소리 때문"이라고. 그 말이 맞다면 이무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가 된다. 그의 목소리는 그런 가수들 못지않게 독보적이라는 생각이다. 그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의 노래를 오래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2월 5일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발행합니다. (11/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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