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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Feb 12. 2021

일기는 답을 알고 있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뭘까? 하루를 기록함으로써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외에도 그 장점은 많다. 돌이켜보면  일기 쓰기가 숙제였던 초등학생 시절을 제외하고는 마음이 힘들 때 일기를 가장 열심히 썼던 것 같다. 차분히 앉아서 일기를 한 바닥 써놓으면 마음이 좀 편해지곤 했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상황과 감정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막연히 우울하던 감정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명확해지기도 했다.  


1년 전쯤 '일기 3줄 쓰기'를 한 적이 있다. 계기는 <태도의 말들>이란 책에 나왔던 다음의 한 문장 때문이었다.

딱 세 줄씩 6개월을 썼더니 내 마음이 보였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태도의 말들_139p)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나에겐 항상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해야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늘 느꼈다. 그래서 저 말이 와 닿았던 것 같다. 6개월 동안 3줄을 쓰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3줄이라고 하니 부담도 적었다. 곧바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줄을 쓰다가 길어지면 7줄까지 쓰기도 했지만 대체로 고만고만한 길이의 일기였다. 그리고 목표였던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딱 한 달 동안 썼다. 핑계를 대자면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일기 쓰기를 소홀히 하게 됐다.


최근에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전에 써놓은 것을 보며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고작 한 달의 시간이었지만 놀랍게도 일기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착실히 알려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발견하게 해 줬고, 독서와 성경필사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도와줬고, 육아 초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해 줬고, 지쳐있는 나를 스스로 위로할 수 있게 해 줬고, 브런치에서 글을 쓸 수 있게끔 도와줬다. 이것들 외에도 내가 그때 "~하고 싶다"라고 쓴 것들 중 대부분이 그대로 이뤄진 것을 보고 소름이 돋...진 않았지만 돋을 뻔했다.


그것에 더해서 요즘 일기를 쓰며 깨달은 게 또 하나 있다. 일기가 나에게 답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2월 5일 일기에 이렇게 썼다.

브런치 30일 동안 매일 글 발행하기 시작!
계획도 없으면서 대책 없이 시작했다.

그리고 일기를 쓰기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한마디를 덧붙이게 다.

그래도 할 수 있다!

그 한 줄을 쓰고,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단연코 일기를 쓰기 전에는 없었던 자신감이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2월 7일에는 또 이렇게 썼다.

요즘 은호 몸무게가 늘었는지 몸이 쉽게 지친다.
몸이 아프니까 남편한테도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써놓고 일기장을 덮으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한마디를 또 덧붙였다.

운동을 빼먹지 말아야겠다.

일기는 또다시 내 하루의 문제에 대한 답을 줬다.


그렇게 나는 일기의 두 가지 비밀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일기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춰주고 내 안에 있는 답을 이끌어내 준다는 걸. 그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일기 쓰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어쩐지 우울하고 찝찝한 하루를 보냈다면 나만의 일기장을 만들어서 하루에 3줄만 써보시길. 나도 이번에는 6개월 쓰기를 달성해봐야겠다.   





2월 5일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발행합니다. (8/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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