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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Feb 17. 2021

나를 키운 건 8할이 호기심이다

8할까진 아니고 4할 정도


매일 글쓰기 13일째. 그야말로 꾸역꾸역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자려고 누우면 '내일은 또 뭘 쓰지?'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글이 쉽게 써질 때도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쓸지 한참을 생각한다. 수십 개의 글감이 작가의 서랍과 다이어리에 쓰여 있어도 글로 풀어내기엔 아직 이른 아이들이라 항상 도움이 돼주진 않는다.


어제는 아기가 육퇴 후에 5번을 다시 깨서 울었다. 다시 잠들까 싶어 기다려봐도 뿌에엥 울어서 재우고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 언젠가부터 희한하게 남편이 안아주면 잠들지 않고 더 크게 우는 바람에 아기를 재우는 건 내 몫이라 부지런히 침실을 오갔다. 네 번째 아기를 눕힐 때부터는 나도 그대로 누워서 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꾸역꾸역 기어서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남편은 나한테 웬 똥고집을 부리냐고 했다. 나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기어이 밤 11시 59분에 글을 발행했다.


3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목표를 달성하려고 이렇게 목맬 줄 몰랐다. 설 연휴 때도 사진만 미리 저장해놓고 시가로 간 다음에 밤에 잠든 아기 옆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글을 썼었다. 나는 계획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엄청 얽매이는 사람이었다. 남편이 옆에서 융통성 없다고 혀를 차도 할 말이 없다.


내가 왜 계획한 30일에 집착하는지 생각해보면 다 호기심 때문이다. 30일 동안 글을 매일 쓰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고 그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계속 채찍질한다. 물론 호기심보다 스트레스가 더 컸다면 그만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호기심이 거뜬히 스트레스를 앞서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호기심은 여러 번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33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처음 도서관을 갔던 날도 그랬다. 처음 가본 열람실에 쭈뼛쭈뼛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막 열람실을 나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머리도 부스스하게 대충 묶고 얼굴도 푸석해 보이던 그 여성은 옷도 허름한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나오는지 책을 한 아름 안고 있었는데 책을 얼마나 봤는지 딱 봐도 너덜너덜했다. 가림막으로 쓴 듯한 파일도 온통 헐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성의 얼굴이 얼마나 성취감으로 빛나던지 '준비하던 시험에 붙어서 나가는구나'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후로 공부할 때마다 나를 버티게 해 준 수많은 이유 중에 그 호기심도 한몫을 했다. 그때 본 그 여성이 느꼈던 성취감을 나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 이미 적은 나이가 아니라서 지금이 아니면 그 기분을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기분을 모른 채 죽고 싶지는 않다'는 바람이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이는 데 힘을 보탰다. 결국 그 기분을 느낄 때쯤엔 내 책도 그 여성의 책 못지않게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가림막용 파일은 너무 헐어서 몇 번을 바꿔 썼었다.


물론 되돌아보면 호기심이 항상 나를 좋은 길로 이끌었던 건 아니다. 호기심이라는 작은 불씨 때문에 대형 사고가 터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타오르는 작은 불에 신기해하며 어쩔 줄 몰라 바라보기만 하다가 일을 그르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덕분인지 다행히 지금은 호기심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게 되었다. 내 마음속 호기심을 잘 살펴보고 나쁜 길로 향하는 호기심은 애초에 그 불씨를 꺼버린다. 덕분에 지금은 호기심을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는 게 답이다.


매일 글을 쓰는 게 생각보다 녹록지 않지만 오늘도 기어이 글을 쓴다. 30일 되는 날에 느낄 기분을 상상하면 살짝 즐겁기도 하다. '쓰다 보니 써지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2월 5일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발행합니다. (13/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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