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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Feb 24. 2021

아기 있는 집 풍경


엄마가 된 지 14개월 차. 이제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과는 거리가 먼, 심플한 집 안 풍경이 익숙하다. 아기에게 위험한 물건을 싹 치우다 보니 집이 참 실용적이고 단순해졌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힘들지 않게 육아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잔머리도 늘었다. 그중 몇 가지, 집에서 아기와 지낼 때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는 팁을 나눠보려고 한다.




거실에는 아기 매트와 장난감만

거실인가 놀이방인가


실에는 아기 매트와 장난감밖에 없다. 화분처럼 아기에게 위험한 것들은 애당초 들이지 않았고 언젠가 층간소음을 유발할 것 같은 소파도 구하지 않았다. 두 돌 전에는 티브이를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티브이도 없다(하지만 밥 먹일 때는 뽀로로를 열심히 보여주는 웃픈 현실). 나는 원래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챙겨보는 스타일이라 티브이 없는 거실이 대환영이지만 남편은 티브이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희생을 했다.


거실에 위험한 물건이 없는 것만으로 육아 피로도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아기와 함께 본가나 시가에 가는 날이면 아기를 붙잡느라 기력이 다 떨어지곤 하니까. 아기가 거실에 있는 동안 걱정할 일이 없으니 주방도 화장실도 맘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아기가 밀어도 밀리지 않는 아일랜드 식탁

아일랜드 식탁. 의자는 위험해서 평상시에는 방으로 치워 놨다가 밥 먹을 때만 꺼내놓는다.


처음에 아일랜드 식탁을 산 이유는 유아 펜스 설치 길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펜스를 벽에서 벽으로 설치하면 아기 힘에 버티지 못하고 쉽게 밀릴 것 같아서 지지대 역할을 해줄 아일랜드 식탁을 거실과 주방 사이에 둔 것. 아기가 펜스 안에 얌전히 있을 것 같지 않아 결국 펜스를 설치하지 않았지만 아일랜드 식탁의 유용성은 그 외에도 많았다.


장점 중 하나는 식탁에 수납공간이 있어서 주방용품을 넣어두기 좋다. 내 경우 드립 커피 용품과 케이크 조리도구를 넣어둔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큰 장점은 식탁 자체의 무게 때문에 아기가 밀어도 밀릴 일이 없다는 것. 높이가 있어서 식탁 위로 호야의 손이 닿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낮은 좌식 테이블이었다면 손이 닿는 것도 문제지만 계속 위로 올라가는 호야를 신경 쓰느라 예민해졌을 거다.




평화로운 주방을 위한 서랍 잠금장치


하루는 설거지를 하는데 호야가 서랍을 열고 물건들을 계속 꺼내는 통에 설거지 그릇 개수만큼 호야를 붙잡느라 진이 빠진 적이 있다. 그 날 이후에 서랍 잠금장치를 모든 서랍에 붙여놨다. 보기엔 좀 지저분하지만 주방이 평화로워졌다. 잠금장치는 '아빠손 서랍 잠금장치'를 쓰고 있는데 아직까진 호야 힘에 밀리지 않고 튼튼하다. 쓰레기통도 자꾸 열어보고 장난감을 넣고 그래서 잠가놨다. 처음엔 서랍을 열고 닫을 때마다 잠금장치를 풀어주고 다시 조여야 해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신발장에 자리한 선크림


호야와 외출할 때는 로션과 선크림만 바른다. 외출 전에 호야의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간식을 챙기고 기저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멘탈이 반쯤 나갈 때가 많기 때문에 내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바르는 건 후닥닥 해결해야 그나마 일이 줄어든다. 옷 같은 경우는 어차피 옷 종류가 많지 않아서 옷을 고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선크림은 어차피 내 방에서 느긋하게 화장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신발장 빈 곳에 넣어놨다. 나가기 전에 슥슥 바르면 끝. 외출 준비가 한결 수월해진다.








2월 5일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발행합니다. (20/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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