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나를 짓누르던 온갖 걱정이 무색하게 호야는 이제 어린이집에 완전히 적응했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갈 때는 뛰듯이 걸어 들어가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이런 하나하나에 어찌나 감사한지!), 끝날 땐 웃으면서 나온다.
그러는 사이, 호야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면 복직 신청을 하려던 원래의 계획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렸다. 모처럼 맛보는 달콤한 자유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육아 강도는 생후 100일 전후가 다르고, 돌 전후가 다르더니,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육아의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했다. 호야를 픽업하러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하루 6시간이 온전한 내 시간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평화롭게 밥을 먹을 수 있고, 가벼운 에코백 하나만 달랑 메고 외출할 수 있고, 아기가 깰까 불안해하지 않고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 시간이 더 황홀할 수 있는 이유는 호야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도 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집안일에 제법 시간을 보냈지만, 끝이 없는 집안일을 끝장내려는 건 자칫 내가 끝장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왜 집이 호야가 어린이집 다니기 전이랑 똑같냐"는 남편의 잔소리를 견디며 집안일은 최최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날라리 부인도 이런 날라리 부인이 없다).
호야가 태어나던 재작년 12월 이후에 출산휴가 90일을 제외하면 육아휴직을 한 지 1년이 됐다. 시부모님 찬스를 쓸 수 있는 행운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정말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당장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니(물론 유급 휴직 시기가 끝난 걸 생각하면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두세 달 정도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두세 달로 끝나야 할 텐데...). 남편도 흔쾌히 좀 쉬었다가 복직하라고 한다(남편을 잘 만났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그렇게 두세 달의 휴직휴육 기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시간이 얼마나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려보면 오후 3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