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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Apr 01. 2021

휴직휴육 기간


호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나를 짓누르던 온갖 걱정이 무색하게 호야는 이제 어린이집에 완전히 적응했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갈 때는 뛰듯이 걸어 들어가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이런 하나하나에 어찌나 감사한지!), 끝날 땐 웃으면서 나온다.


그러는 사이, 호야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면 복직 신청을 하려던 원래의 계획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렸다. 모처럼 맛보는 달콤한 자유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육아 강도는 생후 100일 전후가 다르고, 돌 전후가 다르더니,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육아의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했다. 호야를 픽업하러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하루 6시간이 온전한 내 시간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평화롭게 밥을 먹을 수 있고, 가벼운 에코백 하나만 달랑 메고 외출할 수 있고, 아기가 깰까 불안해하지 않고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 시간이 더 황홀할 수 있는 이유는 호야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집안일을 거의 하않기 때문도 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집안일에 제법 시간을 보냈지만, 끝이 없는 집안일을 끝장내려는 건 자칫 내가 끝장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왜 집이 호야가 어린이집 다니기 전이랑 똑같냐"는 남편의 잔소리를 견디며 집안일은 최최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날라리 부인도 이런 날라리 부인이 없다).


호야가 태어나던 재작년 12월 이후에 출산휴가 90일을 제외하면 육아휴직을 한 지 1년이 됐다. 시부모님 찬스를 쓸 수 있는 행운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정말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당장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니(물론 유급 휴직 시기가 끝난 걸 생각하면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두세 달 정도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두세 달로 끝나야 할 텐데...). 남편도 흔쾌히 좀 쉬었다가 복직하라고 한다(남편을 잘 만났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그렇게 두세 달의 휴직휴육 기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시간이 얼마나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려보면 오후 3시다.

"아, 안돼. 조금만 더...!"

오늘도 호로록 날아가려는 시간의 꼬리를 잡아본다.


출산 후 처음 먹은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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