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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Apr 17. 2021

4일 만에 3kg가 빠졌다


4월 초에 직장 동기 H를 만났다. H와 나는 동갑내기였고,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하면서 부쩍 가까워진 사이였다. 항상 아기들을 데리고 만나다가, 그날은 아기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와, 우리 이제 이런 것도 먹을 수 있는 거야?"


가지와 치즈가 들어간 파니니가 샐러드와 함께 자태를 뽐냈다.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감동을 허겁지겁 카메라에 담았다.


H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이어트 얘기가 나왔다. 그녀는 출산 이후에 두 달 만에 10kg를 뺀 쾌거를 이룬 경험이 있었다. 나도 한창 다이어트에 열을 올릴 때 4개월 동안 6kg를 뺐었다. 지금은 둘 다 비슷하게 60kg 언저리를 맴돌았다. 정체된 몸무게에 H도 나도 끙끙거렸다.


"다이어트는 사실 내기를 해야 잘 빠지는데 말이야."


H는 예전에 친구들과 내기를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도 할까?"


나는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H는 두 달 만에 10kg를 뺀 독종이다. 둘 다 성공하거나 나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뱉은 말을 무를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았다. H는 좋다며 눈을 빛냈다. 우리는 잃을 수 없을 만큼 아까울 만한, 적당한 금액으로 다이어트 내기를 시작했다. 목표는 한 달 반 동안 55kg까지 감량하기였다. 매주 월요일마다 서로 몸무게를 찍어 중간점검을 하기로 했다.


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 더 배가 고파지는 건지. 그날 이후로 평상시보다 더 많이 먹었다.


돌아오는 월요일 아침에 H가 체중계에 올라간 사진을 찍어 보냈다. 59kg였다. 부랴부랴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보니 62... 화들짝 놀라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나 망한 것 같은데... 저녁에 찍어서 보내도 될까?"

"물론이야 ㅋㅋ 조급함이 느껴진다."


그날 점심과 저녁을 굶고 다시 체중계에 올랐다. 61kg가 나왔다. H는 착하게도 붓기 때문일 거라고 나를 위로해줬다.


그 후로 식욕을 잃었다. 먹는 양이 반 정도 줄었던 것 같다. 돈을 잃을 생각을 하면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돈도 돈이지만 내기에서 지면 자괴감이 상당할 것 같았다. 걸핏하면 체중계 위에 올라가 몸무게를 확인했고 어떻게 하면 더 가볍게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마침 채식을 시도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그렇게 4일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58.95kg라는 숫자가 찍혔다. 출산 후에 59kg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5 옆에 찍힌 8이라는 숫자를 보고 감격해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러다가 정말 55kg 되는 거 아니야?'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앞으로 1주일에 1kg씩 빼면 된다. 심장이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기 시작한다. 오늘 점심에는 비장하게 냉장고에서 오이 하나를 꺼내 마요네즈를 찍어서 먹었다. 배가 고프지만 저녁때까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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