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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May 16. 2021

다이어트 내기 끝


H와 다이어트 내기를 한 지 한 달 반째. 오늘이 55kg를 찍기로 약속한 날이다. 어제는 점심때 두부 반 모 정도를 먹은 게 전부이고 점심 이후에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그동안(총 6주) 다이어트 기록을 짧게 해 보면,

미션: 4/5부터 5/16까지 60kg → 목표 체중 55kg(소수점 상관없이 55만 찍히면 인정) 만들기!!

첫째 주(4/5~4/11)는 무슨 배짱인지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현실도피였던 듯). 그래서 몸무게가 60kg에서 61.9kg까지 늘었다(OMG).

둘째 주(4/12~4/18)는 충격을 받아 두 끼를 굶고 먹는 양을 반으로 줄였더니 그 주에 58.9kg을 찍었다.

셋째 주(4/19~4/25)는 몸무게가 59kg대를 유지했다. 먹는 양은 여전히 절반 정도였는데 몸무게는 줄기보다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넷째 주(4/26~5/2)와 다섯째 주(5/3~5/9)는 58kg대를 유지했다. 조금씩 빠지긴 했지만 약속 날짜에 정해진 체중을 맞추기에는 속도가 턱없이 느렸다. 2주 동안 1kg이 빠졌다. 먹는 양은 여전히 절반 정도였고 다섯째 주에는 하루에 한 끼를 굶었다.

대망의 여섯째 주(5/10~16). 5월 10일 몸무게는 57.9kg. 앞으로 일주일 동안 2kg을 빼야 했다. 하루 한 끼 굶기에 더해 쌀밥과 밀가루를 끊었다. 매 끼니는 브로콜리, 양배추, 견과류, 연어, 바나나, 표고버섯, 오이로 연명했다. 하지만 4일이 지나도 몸무게는 꿈적하지 않았다. 남은 3일 동안 2kg를 빼야 하는 피 말리는 상황이 됐다.


어플 '체중 다이어리' (브런치에 깔끔하게 올리려고 어플 깔았다)



마지막 3일 동안 먹는 양을 더 줄였다.

디데이 3일 전(5/13)에는 하루 종일 표고버섯 3개와 오이 2개를 먹고 물 2리터를 마셨다(이날부터 현기증이 심해졌다).

디데이 2일 전(5/14)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니 1kg이 빠져서 56.9kg(이제 1kg 남았다!!!!). 이날은 하루 종일 계란 프라이와 바나나 1/2, 두부 반 모, 양배추를 먹고, 물 2리터를 마셨다.

디데이 1일 전(5/15)인 어제는 하루 종일 두부 반 모를 먹고 점심 이후에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 이날 저녁에 남편이 관장약이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약국에 가서 관장약을 사 왔다(우리는 진지했다).


디데이인 오늘(5/16). 새벽 6시쯤 배고파서 눈이 번쩍 떠졌다.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56.15kg. 어지럽고 손발이 저렸다. 어떻게든 끝장을 내고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이 어제 사준 관장약을 썼다(관장약은 태어나서 출산 때를 제외하고 처음 써봤다). 땀이라도 빼보려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앉아 있는데 곧 호야가 깨서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다. 밖으로 나오려고 일어서는데 눈앞이 핑그르르 돌았다. 웩웩 구역질도 났다. 다이어트가 뭐길래. 당분간은 절대 안 할 테다. 그렇게 다시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몸무게는 56.15kg에서 제자리. 조금도 빠지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아기랑 잠시 놀아주다가 화장실에 한 번 가고서 다시 체중계에 올라가니 56.0kg이 나왔다. 지금이다!!!! 혹시 그거 해보셨는지... 체중계 위에서 발가락에 힘을 주고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다 보면 0.1kg 정도 적게 나올 때가 있다. 구질구질하지만 살기 위해서 그 짓을 했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55라는 숫자를 마주했다(이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코미디인 듯). 문을 벌컥 열고 남편에게 외쳤다.


"○○(남편 이름)! 라면 물 올리자!!!!!"


오늘은 먹고 죽으리. 그동안 먹고 싶던 쌀밥과 라면에 만두까지 배부르게 먹었다. 아이스크림까지 순식간에 해치웠다. 스타벅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돌체 라테도 사 왔다. 오랜만에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저녁에는 곱창과 막창을 먹기로 했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보상으로 먹으려고 한 달 반을 기다려왔다. 오늘은 무장해제. 최선을 다해서 먹을 거다.


"우리 금액 낮춰서 유지어터 한번 더 갈까?"


어제 H가 제안했다.


"엉?????"


독해도 독해도 이렇게 독할 수가.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얼버무렸다.


내일 몸무게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왔다(임신 전 몸무게까지 공개하게 될 줄이야). 만삭 때 73kg를 찍고, 출산 후 66kg에서 정체되었다가 혼자 다이어트해서 60kg까지 만들고, 이번에 55(같은 56)kg을 만들었다(임신 전에 입던 청바지를 다시 입을 때의 희열이란!). 건강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굶어서 뺀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10kg를 뺐다는 사실에 스스로 무척 뿌듯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뿌듯할 테다!

 

작년에 혼자 4개월 동안 6kg 감량
이번에 한 달 반동안 4kg 감량




혹시 궁금하실 분이 있을까 싶어 말씀드리면 독립출판 준비는 아직 끝내지 못했습니다. 편집(책 모양 틀 다듬기랄까요? 매거진 글 다운 받은 것에서 목차 부분 정리하고 글 순서 맞추고 박스 처리하고 등)을 대충 한 번 하고 첫 번째 글 퇴고를 2/3 정도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네요. 퇴고를 적어도 세 번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예요. 브런치도 같이 하면서 요령껏 진행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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