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호야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한 게 저녁 9시였으니 9시 10~20분쯤이었을 것 같다.
'삑삑삑.'
번호키 누르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야근했던 남편이 들어오나 보다 하곤 곧 다시 잠이 들었다.
"○○, 일어나 봐."
남편이 나를 살살 흔들어 깨웠다. 단잠을 몇 번씩 자다 깨는 바람에 인상을 찌푸리고 "왜?" 하고 물으니 남편이 "막창 사 왔어. 먹고 자."라고 했다.
"막창? 이 시간에? 나 다이어트 중인데?"
깊은 잠에 빠진 호야를 두고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니 밤 10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정말로 막창이 프라이팬에 소담히 담겨 있다.
"이 시간에 막창을 사 오면 어떡해. 나 살찐단 말이야."
"그래? 그럼 내일 먹을까?"
"... 그건 아니지."
말은 투덜거리면서도 이미 손은 냉장고에 있는 소주병을 집어 들고 있었다. 막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안주다. 막창을 눈 앞에 둔 이상 소주를 마시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1인분도 포장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너 먹으라고 사 왔어."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올 때마다 항상 자기가 더 신난 얼굴을 한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야근을 하거나 약속이 있어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항상 맛있는 걸 가져왔다(칼퇴하는 날도 맛있는 걸 가져올 때가 많지만). 오늘처럼 대단한 걸 사 오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음료수 한 잔이나 빵 한 개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맛있는 걸 먹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떤 걸 가져올까 생각하는 동안 육아의 힘듦을 잠시 잊을 수 있기도 했다.
야근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가끔은 내가 저녁 약속을 가고 맛있는 걸 사 오는 입장이 되고 싶을 때도 있다. 호야가 내가 옆에 있어야 안 울고 잠을 자는 탓에 나는 출산 후에 저녁 약속을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OT가 있던 날 딱 한 번 저녁에 외출해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보는 건물 조명과 저녁 바람이 어찌나 좋던지. 돌아와 보니 역시나 남편의 다크서클이 발밑까지 내려와 있었지만.
내가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답답했을 것 같다. 지금은 남편이 종종 맛있는 걸 던져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나하나는 소소한 음식들이지만 매일같이 쌓인 남편의 마음은 소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