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바람 Jun 06. 2021

달리기 첫날


영화배우 덴젤 웨싱턴은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얻으려면, 결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라 나는 (이제껏 가져본 적이 없는 몸무게를 얻기 위해) 오늘부터 달리기를 해보기로 했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많았다(한 가지 이유로 움직일 몸뚱이가 아니다). 첫 번째로 뭔가 땀을 흘리는 운동이 하고 싶었다. 지금껏 운동은 집에서 가끔씩 케틀벨 스윙이나 플랭크를 하는 게 전부였다. 그 운동들도 장점이 있고 앞으로 계속하면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워낙 간단한 운동들이다 보니 '아 운동했다' 하는 뿌듯함은 비교적 적었다.

몸무게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도 나를 움직이게 한 이유였다. 내 몸에 붙어 있는 살들과 이젠 이별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읽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30년째 매일 1시간씩 달리기나 수영을 했다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아 있었다.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호기심이다'라는 글을 예전에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결국 그놈의 호기심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매일까진 아니라도 꾸준히 달리기를 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오늘은 남편이 호야를 데리고 시가를 가기로 한 날이라 개인 시간이 넘쳤다. (우리는 주말에 번갈아가며 호야를 데리고 본가와 시가를 가기로 했다. 본가와 시가 모두 차로 15분도 걸리지 않는다. 남편과 나는 격주로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고, 부모님들은 격주로 손주를 볼 수 있어 좋다.) 남편이 오전 10시가 좀 지나서 호야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나가면 바로 달리기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안 하던 걸 하려니 엉덩이가 무거워졌다. 미적거리며 괜히 이불 정리도 하고 오랜만에 피아노 연습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달리기인데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 꾸역꾸역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 호수를 한 바퀴 뛸 계획이었지만 걷는 게 익숙한 발은 한 번에 뛰어지지 않았다. 처음 1km는 그냥 걸었다. 이후에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4km도 되지 않는 호수를 한 바퀴 걷고 뛰며 집 앞에 당도하니 땀이 비 오듯 했다.


오랜만에 땀 흘려 운동하니 기분은 좋은데 애초 목적 중 하나였던 다이어트는 실패한 것 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샤워하기 전에 비빔면 끓일 물부터 올렸다. 샤워를 한 뒤 상쾌한 기분으로 왼손에는 오이를, 오른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비빔면을 먹는데 어찌나 맛이 좋던지! 지금은 심지어 맥주 한 캔까지 따서 글을 쓰고 있다.

 

달리기 첫날, 30분 남짓 달리기를 한 소감은 '매우 만족'이다. 힘들 때는 걸으면서 쉬면 되니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무엇보다 땀을 흘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할 때 느낌이 너무 좋다. 오늘 뛰었던 코스를 일주일에 세 번 뛰기로 목표를 세웠다(목표 세우기를 좋아하는 성격...). 꾸준히 하면 내 소박한 꿈 중 하나인 '마라톤 10km 코스 1시간 내로 완주하기'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어플 런데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