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기분을 망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갑자기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 타인의 퉁명스러운 말투나 태도, 이런 것들 때문에 한 번 기분을 망치면 회복하기 위해서 내 소중한 몇 시간이 날아가기도 한다.
오늘도 딱 그랬다. 오전에 집 앞 카페로 노트북과 책을 들고 갔을 때였다. 여름 내내 도서관에 자리가 나지 않는 바람에 새로 다니게 된 카페였다(더위가 심해지면서 도서관은 항상 자리가 없었다. 도서관은 9시에 문을 열고 나는 어린이집 등원 후에 바로 가면 9시 20분인데 20분 사이에 늘 자리가 꽉 찼다. 7월 중순부터는 한 번도 못 갔다). 카페는 집에서 가까웠고, 점심시간 전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조용했다.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는 곳이었다. 불친절한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긴 했지만 부딪힐 일은 많지 않았다. 그동안에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불친절한 아르바이트생과 여자 직원 한 명이 있었다. 다행히 여자 직원이 주문을 받아서 별 탈 없이 아이스라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아이스라테 나왔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땐 커피를 자리로 가져다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를 부르는 것인 줄 모르고 나는 계속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곧
"아이스라테 나왔습니다!"
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상황 파악이 안 돼서 카운터 쪽으로 가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긴 아이스라테를 들고 잠시 서 있었다. 그걸 본 여자 직원이 나에게 오더니
"아, 매장에서 드시는 거였어요? 전 당연히 테이크아웃인 줄 알았어요."
라고 했다. 그러자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대뜸
"매장에서 드실 거면 QR코드를 찍으셔야죠!"
라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QR코드 찍는 것을 까먹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 혼날 일인가 말이다. QR코드를 찍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무안함과 불쾌함으로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집중이 되지 않아서 커피만 마시고 재빨리 나왔다. 너무 급하게 마셔서 뭘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곳에서 커피값만큼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또 화가 났다. 5,000원은 나에겐 큰돈이고 오늘 같은 경우 카페에서 3시간은 보내야 납득할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매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자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저 방금 거기서 커피 마시고 나온 사람인데요. 제가 너무 기분이 나빠서요."
"아... 안 그래도 바로 나가시길래 기분 상하셔서 나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충분히 그러실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여자 직원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바로 미안하다고 했다.
"혹시 그 아르바이트생이 안 나오는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요."
"아... 안 나오는 날은 없어요. 그 사람이 사장이라서요. 토요일에 쉬긴 하지만요. 그리고 전 가족이고요... 죄송한데 내일(토요일) 다시 와주시면 안 될까요?"
뭐? 사장이라고? 사장이면 그렇게 불친절해도 되나? 아니, 그렇게 불친절한 사장은 이제껏 보지도 못했다. 내가 엄청나게 큰 친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주문한 커피만 내 자리에서 마시고 싶을 뿐인데.
이런 일도 있는 거지 뭐,라고 생각해도 바로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집에 돌아와 미간을 찌푸린 채로 한동안 유튜브를 봤다. 한 시간쯤 지나니 정신이 들었다. 그러자 나만의 복수를 단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내어주라던데 난 아직 그러지 못한다.
내가 생각한 복수는 카카오맵 어플에서 그 카페에 별점을 매기고 후기를 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별은 1개이고 후기도 좋을 리 없다. 카카오맵 어플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자주 쓰는 어플이라 그렇게 했다. 거기에 남기는 후기가 그 가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안 미치는지까지는 모른다. 만약 그 사람이 아르바이트생이었다면 이런 일도 안 했을 거다.
카카오맵에 후기를 남긴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나마 예전에 썼던 건 얼마 안 있다 지워서(그때도 엄청난 일이 있었다) 내가 쓴 후기는 이것 하나뿐이다. 나름 내겐 큰 복수인 셈이다. 원래 뒤끝 있는 성격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뒤끝 작렬이다. 그리고 이 후기는 지우지 않을 거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