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전 마지막 일주일
'복직 전 버킷리스트' 점검
복직이 일주일 남았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출근을 한다. 하늘도 내 마음을 아는지 이번 주는 계속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한다. 휴직 기간은 1년 6개월이었다. 처음에는 6개월만 냈던 육아휴직이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1년을 더 연장했다. 올해 3월에 호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 최근 6개월은 휴육 시간도 있었던 달콤한 기간이었다.
'복직 전에 뭔가 더 재밌는 일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도 평상시처럼 도서관에 왔다. 디지털 자료실에 하나 남은 자리를 보고 기분이 좋아서 냉큼 자리에 앉았다. 나도 되게 재미없는 사람인 것 같다. 이번 주는 하루라도 훌쩍 멀리 있는 예쁜 카페라도 다녀와야겠다.
다이어리를 펼쳐서 '복직 전 버킷리스트'를 확인해봤다. 휴직 기간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서 몇 달 전에(호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할 때쯤) 부랴부랴 써둔 것이다. 이룬 것도 있고, 이번 주 안에 이룰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다.
복직 전 버킷리스트
1. 독립출판 끝내기
2. 올해 책 50권 읽어놓기 (-> 현재 46권 읽음)
3.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 성공하기
4. 성경필사 판관기까지 (실패)
5. 봉사활동 30시간 이상 하기
6. 요리 50개까지 해보기
7. 스페인어 문장 10개 외우기 (이번 주에 외울 예정 -.-; )
8. 브런치북 1개 발간하기 (예정)
9. 매일 일기 쓰기
10. 플로깅 10번 하기 (-> 현재 7번 함)
11. 한의원, 치과, 산부인과 등 병원 다녀오기
12. 화장실 청소해놓기 (-> 2번 했는데 깨끗하지 않음)
13. 책상 정리해놓기 (-> 맨날 '해야지' 생각만...)
14. 블로그 만들어보기
15. 호야 일기 정리하기 (예정)
'그 많은 시간 동안 뭘 했나' 하는 생각에 우울했었는데, 그동안 해놓은 걸 써보니 그래도 아주 헛되게 보내지만은 않았구나 싶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브런치를 시작한 게 아닐까(아, 물론 호야 엄마가 된 게 일생일대의 사건이지만). 부디 복직 후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길 바랄 뿐이다.
새로운 꿈이 생긴 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입양이라든가 그룹홈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고, '월 400만 원 버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다소 비현실적인 꿈도 생겼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는 사이 제주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남편의 "월 400만 원 벌 수 있으면 그때 가."라는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지만 이렇게 적는 이유는, 이렇게 적기라도 해야 뭐라도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안되면 할 수 없고). 내가 이렇게 공상에 소질이 있는 사람일 줄이야. 복직하면 정신없을 텐데 딴생각만 열심이다. 현실도피성 꿈일 수도 있다. 그래도 꿈은 꿀 수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