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한 지 10일이 지났다. 복직을 한 후로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아침에 출근해서 정신을 차려보면 저녁 8시가 가까운 시각이다. 내가 속한 지자체의 행정복지센터에 발령을 받았는데 거의 처음 해보는 업무들이라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라기보다는 끙끙대는 쪽이지만) 하다 보면 금세 그 시간이 된다. 그 시간에도 할 일은 많이 남은 상태지만 늦어도 8시 반까지는 정리를 하고 부랴부랴 호야를 만나러 간다.
천만다행인 것은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모두 근처에 사셔서 호야를 오후 4시쯤에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켜 주신다는 거다. 요즘은 남편과 내가 둘 다 야근을 하고 있는 터라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덕분에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마침 호야의 재접근기(인지 10번째 원더윅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가 끝난 시기라는 거다. 생후 18개월 때부터 한 달 반가량 이어졌던 생떼 부리기 끝판왕 시절에 복직을 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물론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싫어하고 밤에 안 자고 울던 재접근기의 절정은 일주일 정도였지만, 그때마다 진땀을 흘렸을 테고, '내가 복직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죄책감에 시달렸을 거다. 다행히 지금은 재접근기가 지나간 시기라, 빨라진 등원 시간과 하원 때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는 삶의 변화에도 호야는 아랑곳없이 밝게 생활하고 있다.
요즘은 업무를 익히는 시기라(그 이유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내 시간이 좀체 없었다. 계속 야근이 이어졌고, 퇴근을 해도 호야를 재우다 같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슬프게도) 출근 시간이었다. 그렇게 지내도 처리하지 못한 일이 많아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글도 못 쓰고, 달리기도 제대로 못하고, 책도 못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은 모두 읽지도 못한 채 연체돼서 반납을 했다. 그래서 지금, 원래는 호야를 재우고 업무 관련 공부를 하려고 앉았는데 잽싸게 글을 쓰고 있다.
내일부터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방문신청이 시작돼서 얼마나 바쁠지 모르겠다.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은 기간제로 도와주시는 분이 3명 있어 직격탄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는 업무가 좀 능숙해져서 칼퇴를 하고 호야를 보러 갔으면 좋겠다. 아침과 밤에 잠깐만 보는 건 생각보다 가슴이 뻐근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