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하고 정신없이 3주가 지나는 동안 호야는 20개월에서 21개월 아기가 됐다. 마냥 아기 같을 줄 알았는데 조금씩 어린이 티가 난다. 팔다리가 부쩍 길어졌고 놀이터에서도 미끄럼틀을 혼자 오르고 내려오는 등 제법 혼자 놀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옆에 붙어 있어야 하지만 일일이 잡아주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복직 후 가장 속상했던 순간은 아직 더 자고 싶은 호야를 아침에 깨워야 할 때였다. 처음 2주 정도는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저녁 9시가 돼서야 호야와 집에 들어왔는데, 그러면 호야는 그때부터 집안 이곳저곳을 바지런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겨우 만난 자신의 장난감들이 잘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이. 무척 졸릴 텐데도 그렇게 밤 11시 정도까지 거실을 배회하다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 7시에는 다 같이 일어나야 하는데 밤잠이 부족한 호야는 남편과 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부산한 소리에도 단잠에서 깰 줄 몰랐다. 세상모르고 자는 아기를 깨우는 건 아기에게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가혹한 일이다. 억지로 깬 호야는 늘 얼굴을 찡그리며 힘든 내색을 했다. 다행히도 그 고비만 넘기면 어린이집에 가는 일은 순조로웠다. "어린이집 갈래?" 물어보면 호야는 졸린 얼굴로 짜증을 내다가도 "응." 하며 신발장 앞에 가서 앉았고,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도 쿨하게 손을 흔들며 "엄마 안녕~" 하고 말하곤 했다.
그러는 동안 나의 지상 과제는 자연스럽게 정시 퇴근이 됐다. 아기를 낳기 전에도 칼퇴는 소중했지만, 지금은 더욱 사수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희망적이게도 일은 점점 적응이 되어갔고, 최근 이틀은 칼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추석을 맞아 4일 내내 엄마 아빠와 붙어 있어서인지 오늘은 호야가 오랜만에 제시간(8시 반)에 잠이 들었다. 무너진 수면 패턴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려는 걸까? 당분간은 칼퇴 사수를 가슴에 새기고 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