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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27. 2021

반차 쓰고 스터디카페 가기


전날 조금 피곤했다. 오후 반나절 동안 복지팀 민원대에 혼자(정확히는 수습 직원과 둘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웬만하면 한 명 이상 자리를 비우지 않는 편인데 공교롭게도 두 명이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그 두 명의 대직자였다. 며칠 전부터 ‘혼자 어떡하지. 괜찮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긴급복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아동 등 각자 맡은 업무가 다른 데다 업무마다 지침이 몇 권씩 되니 간단한 업무만 들어오면 상관없지만 어떤 민원이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나는 경험이 부족한 일개 말단 공무원일 뿐이라서 더 바짝 긴장을 했다.


다행히 민원인이 많지 않았고 반나절이 무탈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퇴근을 하는데 묵직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목요일이 끝났을 뿐인데 주말 근무까지 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오후 반차를 올렸다. 반차라고 해도 4시에는 어린이집으로 호야 픽업을 갈 예정이라 쉴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지만 그게 어딘가. 2시간이라는 숨통을 틔워 놓으니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오후 1시까지 일을 하고 일터를 나왔다. 집에 가서 한숨 잘까 잠시 생각했지만 집도 일터로 느껴질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머릿속에 도서관, 카페, 스터디카페, 세 곳이 떠올랐다. 도서관보다는 아늑하고, 일반 카페보다는 조용한 스터디카페가 지금 내게 딱 맞을 것 같았다. 마침 얼마 전에 꽤 괜찮은 곳을 발견해뒀다. 널찍한 책상과 쾌적한 공기, 적당한 조명 덕분에 몰입이 잘 되는 곳이었다.


달달하고 따뜻한 커피를 사서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시간은 2시간, 자리는 벽 쪽 자리를 선택한 뒤 무인기계에 3000원을 넣고 안으로 들어갔다. 호기롭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솔솔 쏟아졌다. 자리에 놓인 큼지막한 쿠션을 끌어안고 무거워진 머리를 쿠션에 기댔다. 자연스럽게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창밖 풍경이래 봤자 맞은편 건물과 그 사이의 찻길이 전부인 건조한 풍경이지만 조용하고 여유로우니 그마저도 좋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겨울 햇살과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덕분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져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스터디’카페에서 그렇게 푹 쉴 줄은 몰랐다. 하긴 독서실에서 자는 잠이 제일 달콤하긴 하지. 그 공간에 있었던 것만으로 시간을 알차게 보낸 듯한 착각도 들었다. 반차와 스터디카페라니, 어쩐지 마음에 드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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