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퇴근할 때 달리기를 한다. 백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면 그날의 퇴근길 달리기 준비는 끝난다. 운동복은 따로 챙기지 않는다. 준비 과정이 단순해야 그날의 달리기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K 정도 달리는 거라서 복장이 조금 불편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퇴근길 달리기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워킹맘이라서 달리기를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달리기를 안 하기엔 환경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일하는 주민센터 앞에 흐르는 하천이, 집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대략 3K 정도인 그 물길을 따라서 뛰면 자동차 매연을 맡을 일도, 신호등에 걸릴 일도 없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땀에 전 후줄근한 모습으로 지하철을 탈 때는 민망하지만.
게다가 그 하천길은 내겐 익숙한 곳이다. 20년 동안 같은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달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추억 여행을 한다. 그 길 위에 수많은 내가 첩첩이 겹쳐있다.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곳도 있고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르는 곳도 있다.
삼십 대 초반에 도보 성지순례를 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고, 이십 대 중반에 기타를 메고 비를 맞으며 걸었던 곳을 지나고, 수험생 시절 잠시 살았던 원룸촌을 지난다.
'그땐 왜 그랬을까.'
과거의 내가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 어떨 때는 스스로 질책하기도 하고
'그땐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잘 버텼네, 나.'
하며 뒤늦게 칭찬도 한다.
'지금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과거의 나를 만나다 문득 궁금했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에다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살고 있다. 이왕이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길이면 좋을 텐데,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적어도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더 좋은 삶이 될 것은 자명하다. 코로나 확진으로 한 차례 앓은 후에 달리기를 거의 못했는데 주 3회 달리기 루틴을 되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