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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Apr 06. 2022

내 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떠돌이처럼 여행하며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의 선망의 대상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아니 평생 여행하며 사는 사람들. 계획도 돈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사람들.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마는 돌이켜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도 대부분 어딘가로 떠나는 일들이었다. 하얀색 스쿠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었고, 인도 여행을 가보고 싶었고, 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모두 이루지 못한 꿈들이다.


이루지 못한 꿈만 있는 건 아니다. 이룬 꿈도 있다. 제주도 올레길 반 바퀴를 걸었고, 9일 동안 도보 성지순례를 했고, 산티아고 길을 다녀왔다(쓰고 보니 이룬 꿈은 모두 걷는 여행이었다).


요즘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를 살다 보니 문득 회의감이 든다. 내가 이렇게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나. 언젠간 어딘가로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아무 데도 가지 못한 기분.


삶이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순간,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해본다. 이건 분명 내가 원한 삶이고 내 선택이었다는 걸. 낮에는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는 호야 덕분에 많이 웃는 하루. 내가 생각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됐을 리는 없다는 걸.


하지만 조금쯤 불가능해 보이는, 생각만 해도 황홀한 꿈 하나를 현실 위에 양념처럼 추가해본다. 예를 들면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상상 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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