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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Mar 28. 2022

점심시간 베짱이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점심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이제 다시 밖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은 쨍한 봄 햇살이 사방에 깔렸다. 봄이 성큼 들어선 풍경은 참으로 눈부시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햄을 뺀 참치김밥과 아이스티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룰루랄라 하천길 벤치로 향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자주 앉던 그 벤치다. 물은 반짝이고 길에는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벤치 바로 옆 운동기구 쪽에서는 몇몇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물멍을 때리며 천천히 김밥을 먹었다. 봄에는 흐르는 물소리마저 어쩜 이렇게 경쾌한지! 봄과 물에 둘러싸여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봄에 태어난 나는 봄이 가장 좋다. 물은, 뭐든 다 좋다. 이런 하천도 좋고 바다도 좋고 비도 좋다.


밥을 다 먹어도 30분이 남았다는 사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귀한 시간이다. 일터에서는 민원인이, 집에서는 호야가 계속 나를 찾지만 지금은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다. 베짱이가 되는 시간이다. 가끔 생각한다. 베짱이가 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대부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 땐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갈 땐 그 반대가 되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지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왔다.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한 날인 게 분명하다. 강한 햇볕 때문에 다리가 따끔거릴 정도다. 푸드득 졸음을 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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