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7개월 때의 기록
뒤늦게 배변훈련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생후 13~18개월에는 변기랑 친해지는 시기라고 한다. 하루에 한 번 5분 정도 변기에 앉혀서 ‘쉬~’라는 말을 가르치다가, 하루 세 번까지 그 횟수를 늘리면 좋다고 한다.
생후 19~24개월에는 아이가 실수해서 팬티를 자주 갈아입히더라도, 어느 정도 볼일 보는 일에 익숙해지면 팬티만 입히는 시기라고 한다. 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변기로 데려가 볼일 보는 것을 도와주는 등 규칙적인 습관을 붙여주면 좋다고 한다.
두 돌 이후에는 한 번이라도 변기에서 볼일 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 곧 기저귀를 뗄 수 있다고 한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호야의 경우 아기 변기를 20개월쯤에 구매했으니 그렇게 늦은 편은 아니었다(아닌가? 늦은 건가…?). 하지만 하루에 한 번씩 변기에 앉히는 노력은 미처 해보지 못했다. 초보 엄마인 나는, 그렇게 변기랑 친해지다가 자연스럽게 기저귀를 떼는 건 줄 알았다…. 우리가 가르치지 않았으니 그건 택도 없는 희망사항이었다. 호야에게 변기는 그냥 장난감일 뿐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배변훈련의 적당한 시기는 생후 12~36개월이라고 하니, 남편 말대로 아직 그렇게 걱정할 시기는 아닌 셈이다. 기저귀를 빨리 떼는 것보다, 아이가 좌절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부모가 화내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느긋한 걸로 치자면 우리 부부는 오히려 백 점이나 다름없다. 화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자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야가 변기에 앉기보다 거실에 실수를 하는 일이 많아지니 점점 스트레스가 되긴 한다.
얼마 전 자가격리 기간에도, 어차피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양육도 해야 되니 오직 목표는 배변훈련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이렇다 할 진척은 없었다. 기저귀와 바지를 입히지 않고 뒀었는데, 참는 건지 볼일을 거의 보지 않으니 별로 의미가 없었다. 볼일을 보더라도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순식간에 거실 한쪽에 응가를 해놓는 식이라 변기로 데려갈 타이밍도 번번이 놓쳤다... 아기 변기에 앉은 적이 딱 한 번 있긴 있다. 족히 10분은 앉아 있길래 '이번에는 드디어!' 하고 기뻐했는데 정작 쉬야는 거실에다 했다.
그러다 며칠 전에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호야가 집에 있는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쉬야를 해버린 것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가기 30분 전이었고, 그날따라 늦장을 부려서 준비하는 데만도 시간이 빠듯했다. 호야는 배변훈련이랑 상관없이 기저귀를 입기 싫다고 벗고 돌아다니다가 그 사달이 났다.
"야~ 너 거기서 쉬를 하면 어떡해...."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씻으려고 벗어뒀던 옷을 다시 입고 밖으로 나갔다. 호야는 미끄럼틀 위에 서 있었고... 그 이상의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지만, 아무튼 그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남편은 화를 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설이듯이 돌처럼 굳어있었다. 결국 출근하기도 빠듯한 그 시간에 우리는 매트 위에 찰랑찰랑 고여 있는 쉬야를 치우고, 미끄럼틀도 분해해서 샤워기로 씻어내는 등 한바탕 거사를 치렀다. 그날 이후로 미끄럼틀은 거실에서 자취를 감췄다. 베란다에서 차마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호야가 기저귀를 천년만년 찰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으로선 기저귀를 떼는 날이 오기는 할는지 까마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