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7개월 때의 기록
아기를 키우면서 막막한 순간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어렵게 느껴졌던 일들이 있다. 처음 모유수유를 할 때, 수면교육을 할 때, 어린이집에 입소할 때 등등. 다른 일들은 내가 잘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지만, 수면교육이나 어린이집 적응 같은 일들은 아기가 잘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막막했던 것 같다.
지금 가장 막막한 일은 배변훈련이다. 배변훈련.... 두 달 전쯤부터 마음먹고 시도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 생각해보면 배변훈련 시작이 좀 늦었던 것 같다. 기저귀를 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 때쯤 배변훈련을 시작하면 좋다고 하는데, 이미 몇 달 전부터 하루에 기저귀를 몇 번 갈지 않았는데도 그때가 배변훈련을 할 시기인 줄 몰랐다.
"어? 아직 안 쌌네?"
하고 신기해 할 뿐이었다.
호야가 12월생이라 좀 늦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호야네 반에서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기는 거의 없다(거의 없다고 쓴 건 몇몇 아이들은 뗐는지 안 뗐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입고 있는 게 호야 혼자일 수도 있다ㅜㅜ). 느긋하게 생각하다가도 이쯤 되니 슬슬 마음이 조급해진다. 남편은 별 걱정이 없는 눈치다.
"언젠간 뗄 텐데 뭐."
맞는 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만 보면 바로 위에 형제가 있는 아이들이 기저귀를 빨리 떼는 것 같다. 어떤 엄마는 하루 만에 배변훈련을 끝냈다고 한다. 기저귀와 바지를 입히지 않고 두다가, 볼일을 보려고 할 때 아기 변기로 데려가서
"여기서 해."
한마디 한 이후 밤 기저귀까지 뗐다고 한다.
반면 호야는 두 달째 배변훈련 중이다.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아직 아무 효과가 없다. 한번은 팬티를 입히고 그 위에 기저귀를 입혀봤다. 볼일을 봤을 때 찝찝함을 느끼면 기저귀를 떼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호야는 쉬야랑 응가를 다 하고도 전혀 찝찝해하지 않았다. 내가 발견할 때까지 그 상태로 해맑게 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