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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May 11. 2022

아침 1km 달리기 10일 차


5월 2일. 야외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첫날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달리기였다. 마스크 없이 달려보는 . 작년 6월에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그동안의 달리기는 늘 마스크와 함께였다. 마음껏 호흡할 수 없어 답답한 데다 마스크가 금방 땀에 젖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마스크 없이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뛸 때마다 생각했지만 길어지는 코로나 시국에 정말로 그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평소라면 꼼짝도 하기 싫을 월요일 아침이지만 저녁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여유 시간이 많진 않았기 때문에 집 앞 산책길로 나가며 런데이 어플의 거리 설정을 1km로 맞췄다.


"잠시 후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안내 음성과 함께 뜀박질을 시작했다. 드디어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순간! 오랜만에 맡는 새벽 공기 냄새는 황홀했다. 마스크 하나 떼어냈을 뿐인데 이전의 달리기와는 전혀 달랐다. 더 이상 마스크에 갇혀 내가 내뱉은 숨을 내가 다시 마시지 않아도 된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진한 풀 내음이 몸속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게 아침 달리기를 한 날, 1km를 달렸을 뿐인데 하루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보다 기운이 넘쳤고 기분도 좋았다. 20분 운동을 하면 12시간이 행복하다는데, 나는 7~8분을 달렸지만 하루가 더 행복했다.


그날의 경험이 좋아서 얼결에 아침 1km 달리기를 10일째 이어오고 있다. 1km를 달리는 건 힘도 많이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아서 행동에 옮기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 데다 하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니 더더욱 놓칠 수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여행하는 기분이 다는 것도 아침 달리기를 지속했던 이유 중 하나다. 아주 잠시 일상과 다른 공간으로 넘어올 수 있다. 하늘의 빛깔과 나무의 움직임, 햇살의 따뜻함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보고 느낄 수 있어서다. 밤을 지나온 고요한 자연의 힘 앞에서 내 삶이 먼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좋다. 그렇게 일상과 떨어져 있다 보면 일상의 소중함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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