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쨍쨍한 여름날, 아기 호야의 두 번째 끼니를 해결하자마자 외출할 채비를 서둘렀다. 세 번째 끼니와 방수요, 기저귀, 손수건, 물티슈, 치발기, 쌀떡 과자, 빨대컵 등을 가방에 쑤셔 넣고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집을 나선 시간이 오전 11시.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호야 친구 현이 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현이는 10개월 아기로, 호야랑 같은 19년생이지만 3개월 더 빠르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유모차를 끌고 이동해본 적이 없는 데다 날씨도 꽤 더워 잘 갔다 올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됐다. 하지만 호야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건 처음이라 발걸음이 종종종 가볍다. 물론 방문의 주목적은 현이 엄마(현이 엄마는 나의 직장 동료로, 그녀도 나와 동갑이다)와 수다 떠는 것이지만.
50분쯤 걸었을까. 다행히 지치기 시작할 때쯤 현이 집 근처에 당도했다. 호야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여름 날씨를 한껏 느꼈을 테다. 울지 않아 줘서 다행이다.
드디어 현이네 집 도착! 호야랑 현이는 번갈아가며 울면서 낯가림을 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현이 엄마와 나는 한시름 놓고 매트 위에서 아기들과 놀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현이는 10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서 있기도 잘하고 조금씩 걷기도 한다.
"우와!"
나도 모르게 내질러진 탄성 소리에 현이가 깜짝 놀라 울먹인다.
육아 얘기, 직장 얘기, 집 얘기 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기들 밥 먹을 시간이다. 호야와 현이에게 차례로 이유식을 먹인 후, 현이 엄마랑 나도 만두랑 맥주(맥주는 나만)를 먹고 있는데 현이가 아기 식탁에 줄곧 얌전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점퍼루에 앉혀놨던 호야는 이미 찡찡거려서 내 다리 위로 옮겨온 지 오래였다. 나에게 한껏 기대앉아서 편한 자세로 내가 주는 치즈를 낼름낼름 받아먹고 있었다.
"어머, 현이 정말 잘 앉아있네~ 너무 예쁘다~"
큰 눈을 깜빡이며 순하게 앉아있는 현이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호야야, 현이 좀 봐봐~ 얼마나 의젓하게 앉아있니? 호야도 보고 배워봐~"
말한 순간 속으로 뜨악했다.
'내가 지금 비교를 한 건가? 7개월밖에 안 된 아기에게?'
호야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아기라서 이제껏 큰 걱정 한번 한 적 없었다. 그런데 아기 식탁에 오래 앉아 있는 게 부럽다고 그새 비교를 하다니!
이때까지 누군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은, 내가 의도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저 사람은 저렇더라."라는 말을 상대방에게 함으로써 "너도 저랬으면 좋겠다"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싶을 때 '비교'라는 걸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비교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내 자식에게는 조금만 방심하면 비교를 하게 되는 걸까?
나는 무심결에 한 말이었지만, 호야가 말을 알아듣는 나이였다면 기분이 나빴겠다 싶었다.
'비교하는 건 정말 한순간이구나.'
그런데 나는 그날 저녁에도 남편에게 "현이는 10개월인데 벌써 서고 걷는다"는 이야기를 해댔다. 내 말을 듣던 남편이 "그렇게 비교를 하게 되나 봐" 하고 말해서 또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내가 또 비교를 했다고?'
나는 그냥 있었던 일을 말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호야도 10개월에 벌떡 일어나서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었다고 못하겠다. 아기 발달이 조금 늦거나 빠른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왔으면서도 이상한 욕심이 싹터 있던 거다. 친구 집에서 실컷 수다를 떨며 힐링을 하기도 했지만 나의 좁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호야야, 비교해서 미안해.'
존재 자체로 충분한 아기에게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나의 옹졸한 마음이라니.
비교의 덫에 걸려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비교하는 순간, 만족하고 있던 육아에(어차피 100%의 만족은 없다. 80%면 충분하다) 균열이 생길 뻔했다.
지금은 아기가 건강하기만 해도 감사할 때인데, 나중에는 또 어떤 조바심을 내게 될까? 내 마음에 이상한 싹들이 자라는 일을 부지런히 경계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