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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뇽안뇽안늉 Jun 22. 2024

24년 상반기 회고

일상에 약간의 변주를 주다

24년 상반기는 크게 4가지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일, 여행, 일본어, 필라테스’.

대부분 올해 새롭게 시작했던 것들이었고, 작년부터 루틴처럼 해왔던 활동(필라테스 같은)에도 내 나름대로의 작은 도전을 시도하면서 새로움을 더하기도 했다. 열심히 살긴 산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구나 싶어 다소 허무한 것이 지금의 솔직한 마음이다. 재미있는 일상이라기엔 택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를 조금 더 잘 버티기 위해 약간의 변주를 주는 정도로 상반기를 보냈다.


1. 두 차례 다녀온 일본

올 3월,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어 선택한 곳은 일본의 나고야였다. 한국인들이 잘 가지 않는 도시, 먹을 것은 많지만 볼거리가 부족해서 소위 ‘노잼도시’라고 불리던 곳이었지만 나 혼자의 휴식이 필요해 선택한 곳이었다. 크게 기대 없이 간 여행이었지만, 역시나 너무 좋았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기에, 어딜 가든 항상 만족했어서 그런가. 유명 명소가 없다지만 거리 자체만으로도 내 기분을 환기시켜 주기 충분했다. 시원한 생맥주와 먹었던 닭날개 튀김, 무작정 들어간 카페에서 맛본 토스트와 커피까지. 소소한 먹거리와 날씨 모두 만족스러웠던, 그래서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던 여행이었다.


4월에는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 갔던 도쿄라 더 오래 있으면 좋았겠다 싶었지만,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에 어떻게든 자유시간을 쪼개었던 바쁜 마음이 오히려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아침 7시 30분부터 나 혼자 나와서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봤던. 여유 있는 여행이었으면 오히려 아침의 도쿄를 볼 일이 없었겠지. 도쿄 출장이라기보다는 신주쿠 출장에 가까웠지만, 도심을 가득 메운 바쁜 풍경들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2. 드디어 마친 일본어 초급 클래스

3년 전에 호기롭게 일본어 공부에 도전했었지만 복습에는 게을러서 그냥 수업을 듣는 것에서 끝내버렸었다. 올해는 그러지 않겠다 내심 다짐하며 토요일 오전 수업에 꽤 열심히 참여했다. 다음번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세라, 나름대로 복습도 했더랬다. 그러니까 일본어에 조금은 (정말 조금!) 감이 잡힌 느낌, 이제는 드디어 회화 수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일본어 회화 수업 전에 복습을 많이 해둬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일 외적으로 뭔가를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하다.


3. 소개팅 ing

올 1월부터 이어진 소개팅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나와 잘 맞는 것 같았지만, 몇 번 보니 다르구나 싶은 분도 있었고, 아예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빠르게 헤어진 만남도 있었다. 소개팅이란 꽤 복잡한 마음을 남겨서,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에너지가 드는 느낌이 들어 지칠 때도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라, 그냥 내 일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한다.


4. 일, 일, 일, 일

3월까지는 어떻게든 해볼 만했던 일이 4월부터 버거워졌다. 모든 일을 새롭게 해야 하기도 했지만, 2명밖에 없는 팀에 프로젝트는 4개가 밀려들어오니 한 사람씩 두 개의 프로젝트를 맡아야 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프로젝트라,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감 기한을 맞추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졌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업무가 버겁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상사 스트레스가 심했다. 팀장님의 스타일이란 방법론을 알려주기보다, 반드시 있어야 할 요소들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길 원했다. 왜 내가 이 일을 제대로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너무 공격적인 디렉션을 주셨다. 나 또한 다소 억울한 면이 있어 약간 대들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팀장님이 잘했다며 다독여주셨지만, 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아웃풋은 아니었다. 본인이 판단을 잘못했다며 갑자기 디렉션을 바꾼 팀장님에게도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내가 미숙해서, 이 부분은 잘못되었다고 팀장님께 이야기를 했어야 했지만 나 스스로도 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힘든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끝나긴 했지만, 끝났음에도 뒷맛이 찝찝한 데다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이 되어 결국 선배가 보는 앞에서 울고 말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나 혼자 이끌어 가야 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는데,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을 또 나 혼자 해야 된다니 조금 막막하긴 하다. 팀장님께 간간히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얼마나 도와주실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더 잘해야겠다, 하며 매일 출근 전 마음을 다잡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한 계단 더 성장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힘을 내는 것 밖에는.



2024년 하반기는 우선 홍콩 여행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보면 즐거운 일도 따라오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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