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집안에만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4월의 중간회고 겸, 5월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by 안뇽안뇽안늉

오! 이번 달 드디어 새로운 것들을 좀 했다. 나름 바지런히 움직였달까. 길고 긴 동면(?)을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날씨가 풀린 덕도 크다고 하겠다. 본투비 집순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나가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사람은 적당히 햇볕을 쬐어야 하고, 그래야 우울감이 달아난다는 말은 진짜 과학이지 싶다. 바깥 날씨가 따뜻해지니 자연히 몸도 가벼웠고, 새로운 것들에 한눈팔 용기도 났다. 겨울에는 침대 밖을 나서기가 통 어려웠는데 말이다.


1. (거의 디폴트값인) 일본어와 필라테스

드디어! 일본 드라마와 영화로만 일본어를 접하면서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오랜만에 학원 수강을 등록했다. 사실… 첫 주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예 날리고 (스스로에게 약간의 워밍업을 허용했다…) 둘째 주부터 칼같이 나가고 있다. 지금부터 한 번이라도 더 결석을 하면 회사에서 지원하는 외국어 수업 수강료를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열심히 나가고 있는데, 날씨가 워낙 좋아서 학원이 있는 신촌 길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줄곧 가라앉아 있다가 나 또한 오른 기온에 맞춰서 덩달아 올라간 기분이랄까? 아무튼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견한 풍경은 그 자체로 참 좋다.

필라테스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개인 레슨을 처음 받아봤는데 왜 받는지 알겠고…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쭉 쉬다가 오랜만에 필라테스를 하니 몸이 개운하다. 이번에는 학원을 바꿨는데, 레벨별로 클래스가 별도로 있지 않은 지금의 학원이 내게는 훨씬 잘 맞는 것 같다. 왜냐면… 레벨별 클래스가 있는 기존의 학원을 계속 다녔다면 나는 초보 클래스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체계는 없어도 ‘됐고, 힘들어도 그냥 해!’ 스타일이 게으른 나에게는 훨씬 더 필요할지도…


2. 심리상담 시작

어쩌다 보니 회사 복지를 쓸 수 있는 만큼 한껏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직장 상사도 짜증 나고 일적인 것이나 인간관계로나 뭐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다는 생각에 이걸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신청을 2분기에도 받길래 고민 없이 신청했다. 회사 동기가 1분기에 해봤는데 너무 좋았다는 후기도 한 몫했다. 지금 막 두 번째 했는데… 역시 너무 좋다. 점심시간을 이렇게 유익하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털어놓기 힘든 마음속 고민들을 선생님께는 마구 풀어놓을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상사 욕을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상담 시간인 50분이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하다 보면 선생님도 참 힘드시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심리 상담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마음을 털어놓다가도 움찔하게 되는 순간이 있긴 한데 선생님은 편히 말하라며 다독여주신다. 확실히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고 공감하는 순간은 상대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팀원들과 같이 팀장님 욕을 할 때보다 몇 배의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물론… 팀원들과의 뒷담화 시간도 매우 필요하지…


3. 영화 모임 참여 (드디어)

일회성으로 나가보았다. 내가 열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는데, 열려면 일단 레퍼런스라도 삼을 만한 비슷한 모임에 참여라도 해봐야지 싶었다. 오늘 다녀왔는데 재밌었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더 귀 기울여 듣게 되고, 이야기를 나눌 만한 영화는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들 취미가 비슷하니 지정 영화 이외에도 서로 추천하는 재미도 있더라. 모처럼 색다른 경험이었다.

더불어 영화는 여러 분야가 합쳐진 종합 예술이라 확실히 이야기할 거리들이 많다고 느꼈다. 등장하는 배우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연기, 장면, 연출, 감독, 대사 등등… 물론 책도 이야기를 나눌 요소들이 무궁무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텍스트다 보니 책 자체에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확실히 질문거리들을 생각해 오면 모임이 훨씬 풍성해지는 듯했다.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몇 번 더 참여해 보는 걸로…


4. 준 결정사(?) 상담 (ㅋㅋㅋ)

고맙게도 주변인들의 도움 및 연민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하는 나의 닦달) 덕에 소개팅은 많이 했지만 결론… 아직 나와 함께 봄을 맞을 사람은 못 찾음… 이 사실을 토로하니 회사 후배가 그러더라. 왜 자꾸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냐고… 선배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라고! 그 말이 도화선이 되어 나는 결정사 비스무리(?)한 곳의 상담을 예약하기에 이르렀다. 준 결정사라고 한 이유는 그곳이 진짜 찐 결정사가 아니라 소개팅 서비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플랫폼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소개팅 서비스임에도 대면 상담을 한다는 것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고로… 4월 중순에 인생 처음으로 짝을 찾기 위한 상담길에 나서보았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작아지는 느낌. 단독주택인데 너무 대놓고 소개팅 서비스의 플랫폼 이름이 써져 있어서, 누가 볼세라 후다닥 들어갔다.

매니저님과 거의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단순히 소개팅 서비스라고 하기에는 나름대로 물어보는 조건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하긴, 그 정도는 알아야 나 또한 내가 원하는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상담에 임했다. 이상형, 이전의 연애 경험 등등을 풀어놓았는데 심리 상담도 아닌 것이 뭔가 진짜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내 연애 고충을 토로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나.

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용료에 대해서 설명하기 직전!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매니저님은 서비스의 긍정적인 후기들, 실제 결혼 사례 등등을 엄청나게 보여주셨다. 그 시간이 거의 30분가량이 되었는데, 계속 좋은 후기만 듣다 보니 슬슬 지칠 시점에 공개된 서비스 이용료…는 나의 생각보다 정말 많이 비쌌다. 이 정도면 그냥 결정사를 가겠다 싶을 만큼의… 결정사 상담을 가본 건 아니지만 큰 차이도 없더라. 이제까지 신나게 내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이용료를 보고는 갑자기 저자세가 되어 허겁지겁 마무리하고 나왔다. 진정한 연인을 찾으려거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시오! 하는… 연애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이 지독한 자본주의…

집에 가는데 허탈하면서 동시에 남한테 내 연애 이야기 하고 왔네 싶어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친구들한테 들려줄 재미있는 썰 하나 생겼다 하는 느낌? 끝나고 친구들이랑 맥주 마시면서 또 이 썰을 안주거리 삼았더랬다. (썰 좀 그만 만들어야 하는데…)

한가지 느낀 것은 자신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일상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보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인 것 같다. 내 후배가 말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아무튼 안 해본걸 해보니까 생각보다 별거 없네 싶다. 그리고 은근히 활력도 생긴다. 5월은 연휴가 기니까, 집 밖을 벗어나서 이것저것 호기심 가는 것들을 좀 해봐야겠다. 오랜만에 들뜨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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