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집순이 기질을 100% 발휘
2월 초에는 내 생일이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일이 정~말 많았다 (지금도 많지만). 극심한 에너지 소진에 지칠 대로 지쳐서 사람들을 만날 기력조차 없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절대적인 업무 시간이 평소 대비 많았던 것은 아니다. 야근을 했다거나, 주말 출근을 많이 했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다만, 팀 업무가 바뀐 지 3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일이 정말 맞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는 와중에 팀 이동과 관련한 나의 선언마저 언제 반영될지, 실현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에너지 소비가 배는 되었다는 생각이다. 역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물리적인 그것보다 훨씬 극심함을 다시금 느끼는 요즈음이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아주 최소화했다.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무조건 동선은 최소화. '나간 김에' 한 번에 처리하겠다는 의도다. 집순이들이라면 아주 공감할 수도.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빈도 또한 아주 줄어들고 있는데 한동안은 더했던 것 같다. 내 쪽에서는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와중에도 나에게 먼저 연락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 아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도저히 할 수 있는 체력이 아니었달까.
그래서 나는 2월만큼은 완전한 '칩거', 완벽한 동면의 길을 택했다. 주말에는 무조건 집. 집 앞 카페도 안 나갔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꼼지락꼼지락 대며 한 시간가량 핸드폰을 붙잡고 뒹굴거리다, 겨우 일어나 암막커튼을 젖혀보면 햇살이 통창을 통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희한하게 올 2월 주말은 대부분 날씨가 좋았다는 기억이다. 그럼에도 나가고 싶다는 의욕은 0. 너무 집에서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나가볼까... 하다가도 머릿속에 이동 시뮬레이션을 그리다가 이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모르겠고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나 봐야겠다며.
그렇기에 역으로 좋은 콘텐츠와 책은 정말 많이 봤다. 강박적으로 더 '좋고' '유익한' 것들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집 밖에서 생산적인 일을 전혀 하지 않으니, 집 안에서라도 최소한 생산적인 것,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을 보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2월 말에 주말을 포함한 9일간의 설 연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나에게는 일주일 가량의 긴 쉼이 정말 필요했던 것 같다. 제주도에 내려가서 친구들과의 만남도 최소화하고 거의 집에만 있었지만 (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고 걱정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자고 싶을 때 그냥 자 버리고, 움직이고 싶을 때 잠깐 동네 앞을 깔짝 거려보는, 즉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그런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에너지가 충전되었던 건지, 아니면 따뜻해진 날씨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2월 마지막 주는 그래도 나름 활력을 얻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월요일은 다가왔고 출근 자체는 스트레스였지만 퇴근하고 나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돋았던 것 같다.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 공간도 가보고, 서점도 가보고, 재밌어 보이는 전시도 구경해 보고.
큰 사건은 없었고 에너지 회복에 집중했던 한 달. 다행히 친구들이 선물해 준 배달 음식 덕에 4일간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 칩거 기간이 전혀 답답하지 않았던 나는 역시나 파워 집순이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