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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3. 2019

바람과 낭만의 언덕 섭지코지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예전 인기 드라마 ‘올인’에 나온 일명 올인 하우스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유명 관광지다. 그 올인 하우스가 있는 곳이 섭지코지다. 지금은 과자점이 되어 살짝 아쉽지만 여전히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해안가의 풍광이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항상 매서운 바람이 부는 까닭에 바람의 언덕이라고도 불려 늦은 오후에 들른 이곳에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섭지코지 초입에 있는 해녀의 집은 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가장 많이 들른 식당이 아닐까 싶다. 전복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는 최고의 전복죽을 맛볼 수 있다. 리조트도 들어서고, 엄청난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생겨 주변은 몰라 보게 달라졌지만 이 곳 전복죽 맛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물론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썩둑썩둑 썬 큼직한 전복이 들어간 전복죽을  맛볼 수 있으니 아깝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반찬과 함께 바로 지진 전(아마도 매생이 전이었던 것 같다)이 나왔는데 이제는 없어졌다. 죽이 나오길 기다리며 먹는 따끈한 전이 참 맛있었는데 아쉽다. 

  제주방언으로 섭지는 좁은 땅, 코지는 곶을 말한다. 신양해수욕장에서부터 약 2km 정도 바다로 돌출되어 있다. 섭지코지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 그 대신 주차요금을 받는다. (승용차 1,000원) 이곳은 제주의 다른 해안과는 달리 송이라는 붉은 화산재로 덮여 있다. 송이는 제주 방언으로 '가벼운 돌'이라는 의미로 화산 폭발 시 고열에 탄 화산석을 말한다. 항균성, 원적외선과 음이온 방출량이 뛰어난 천연자원으로 제주 밖으로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화산송이 언덕 등대 근처에는 조선시대 봉화를 올렸던 연대가 있다. 높이 4m, 가로세로 약 9m의 봉수대는 그 모양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다. 큐가 지금도 봉화를 사용하는지 물어봤는데 그럴 리가 있겠냐고 대답하면서도 사용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해 땅끝마을에서 봉화를 올리면 서울까지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등대에 올라서면 해안절경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기암괴석들이 각자의 자태를 뽐내듯이 서 있다. 또 한 번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게 된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촛대 모양으로 삐죽 솟은 선돌바위에는 슬픈 사랑에 대한 전설이 남아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에게 반한 동해 용왕신의 막내아들은 혼인을 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슬픔에 빠진 그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주기만을 기다리다 그 자리에 선채로 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바닷가 앞에 서 있는 돌에도 이야기를 만들었다. 섬 생활의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해 본 것일까? 참으로 낭만적인 이야기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선돌바위는 화산 폭발 시 화도(마그마 분출 통로)에 있던 마그마가 굳어져 형성된 기둥 모양의 화성암체이다. 주변의 암석이 침식되어 화도 내의 화성암체가 노출된 것이다. 제주는 바다에 솟아 있는 돌 하나라도 각각 다른 방법으로 태어났다. 알고 보면 신기하고 더 재미있다. 

  봄에는 섭지코지 넓은 들판에 유채꽃이 가득 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봄 제주는 언제 왔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제주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활짝 핀 유채꽃으로 가득한 제주의 봄을 꼭 보러 와야겠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유채꽃 이야기> 


  유채꽃은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동의보감>에 '평지'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고, <산림경제>에 '운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유료 작물, 즉 기름을 얻기 위한 작물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1960년대 초부터다. 제주도에 유채꽃이 풍부한 이유는 추위와 습기에 강하고 빨리 자라는 습성이 있어 척박한 제주 땅에 잘 맞기도 하지만 바로 이 기름을 얻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봄철에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유채꽃을 보기 위해서다.      


  제주 유채꽃 축제     

  올 해로 37회를 맞는 제주 유채꽃 축제는 갈수록 재배가 감소하는 유채꽃을 널리 알리고자 시작되었다. ‘유채꽃 큰 잔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뒤 제주시(우도면)와 서귀포시에서 번갈아 열리다, 2016년부터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개최하고 이름도 ‘제주 유채꽃 축제’로 바뀌었다. ‘시간을 더하는 마을’이라는 뜻의 가시리는 제주에서도 유채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곳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녹산로에는 10km에 달하는 길목마다 유채꽃과 벚꽃이 꽃물결을 이룬다. 올 해는 4월 4일 ~ 7일 개최되었다.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     

  한국 체육 진흥회의 주최로 1999년 ‘제주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 부대 행사로 시작한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는 올 해로 21회를 맞이하였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시작으로 5km, 10km, 20km 구간을 걷는다. 무료 참가도 가능하지만 참가비(1만 원)를 내면 기념 티셔츠, 지도, 배번표, 완보증 등을 제공한다. 올 해는 3월 23일 ~ 24일 개최되었다.      


  그밖에 애월 한담 해안산책로, 서우봉, 성산 유채꽃 재배단지, 구좌해안로, 번널오름(벌판악), 화순리 유채꽃길 등에서 만개한 유채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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