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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3. 2019

너무 일찍 간 해넘이 명소 수월봉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가장 많이 가본 관광지는 성산 일출봉일 것 같다. 제주에 올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매번 갔으니까 예닐곱 번은 갔으려나? 하지만 해맞이 명소로 이름도 일출봉이지만 정작 해 뜨는 시간에는 간 적이 없다. 우리 가족도 부지런함은 남들한테 뒤지지 않는데 해맞이를 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맞이 장소를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 제주 성산 일출봉뿐만 아니라 강릉 정동진, 양양 하조대, 포항 호미곶, 울산 간절곶, 여수 향일암 등은 해맞이 명소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 관광지다. 반면 해넘이로 유명한 곳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주 해넘이 명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월봉이다.

      

  수월봉은 오름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작은 언덕에 가까웠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가기 때문에 발품 팔 필요가 없었다. 신창 풍차 해안도로에서 해안절벽을 따라 이곳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수월봉에 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이 날 일몰 시간은 대략 오후 7시 20분 정도였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 해넘이를 보기에는 준, 큐 형제의 인내심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지질 절벽을 탐방하자고 해 보았지만 이미 용머리 해안에서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한 준, 큐 형제는 가기 싫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약 77m의 높이에 1km 이상 이어지는 온갖 모양의 화산재층과 다양한 형태의 갯바위, 주상절리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특히 절벽 곳곳에 박힌 다양한 크기의 화산탄과 지층이 휘어진 탄낭구조는 격렬한 화산활동을 짐작케 해 주는 것이었는데 그걸 볼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다니…….

  수월봉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수월정과 고산기상대가 있다. 차귀도, 송악산, 단산, 죽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광경을 붉은 석양 속에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았다. 시간이 좀 빨리 가면 좋으련만 일초씩 정직하게 흘렀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은 아니었지만 바다 한가운데 한가롭게 떠 있는 고깃배를 보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아쉽지만 수월봉 해넘이는 다음을 기약할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수월봉 아래 자구내 포구에서 들어가는 차귀도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차귀도는 작은 무인도인데 낚시 천국으로 유명하다. 용의 혈을 끊은 중국 풍수사 호종단의 배가 침몰한 곳이기도 하고,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이 울다 굳은 장군바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수월봉의 전설을 준, 큐 형제에게 들려주었다. 아주 효심 깊은 어린 남매의 전설이었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수월봉 녹고물 전설 이야기>     


  수월봉에는 효성 어린 남매의 전설이 있다. 어머니의 병환을 구하기 위해 백가지 약초를 구하던 녹고와 수월이 남매는 모든 약초는 구하였으나, 오갈피를 구할 수 없었다. 수월봉 절벽에 오가피가 있어 수월이가 벼랑을 타고 내려가 약초를 캐려다 떨어져 죽었다. 동생 녹고도 누이를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다 죽었다. 그 후 사람들은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불렀고 남매의 효심을 기려 이 언덕을 ‘녹고물 오름’이라고 불렀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차귀도 이야기>     


  차귀도는 대섬, 지실이섬, 와도 등 세 개의 섬과 수면 위로 솟은 암초인 장군여, 썩은여, 간출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는 본래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를 말한다.) 원래 차귀도의 본섬인 대섬에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1978년 거제도에 간첩이 출몰하자 차귀도 주민까지 섬을 강제로 비우게 되었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낚시터로 유명해 참돔, 돌돔, 벵에돔, 자바리 등이 잘 잡힌다. 자구내 포구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매시 30분 출발한다. 5분이면 도착하는데 한 시간 정도만 섬에 머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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