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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4. 2019

새로운 세상에 눈뜨다 브릭 캠퍼스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준, 큐 형제는 레고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레고가 많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고 정말 많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 레고만 선물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까지 한 동안 레고만 선물해 주었다. 준, 큐 형제가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아내도 레고는 적극 권했다. 설명서에 나온 그대로 만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상상한 대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 때문이었다. 제주에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최대한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고 예술작품 관람 같은 목적이 아니면 ‘OO박물관’ 같은 곳은 가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물론 약간의 예외는 있었지만 대부분 숨겨진 의도가 있을 때만 갔다. 물론 숨겨진 의도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라고 아내가 판단한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릭 캠퍼스는 아내의 의도와 딱 맞는 곳이었다. 게다가 이름도 아카데믹한 캠퍼스이지 않은가. 

 브릭 캠퍼스는 레고 같은 조립식 장난감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국, 내외 최정상 브릭 아티스트 40여 명의 작품 300점을 감상할 수 있다. 브릭 캠퍼스는 입장료가 조금 비싼 편이다. (어른 15,000원, 어린이 12,000원) 입구를 들어서면 브릭을 활용한 정원, 건물 디자인이 눈에 띈다. 우리는 우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로 향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에 입장료를 이 만큼이나 받는지 궁금했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간단한 안내를 해 주었다. 작품 감상을 하면서 재미있는 미션도 있으니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추억의 거리>라는 작품에서 오늘은 몇 월 며칠 인지 찾아봐야 했다. 옛 거리를 재현한 작품인데 이발소(이용원) 안에 엄청 작은 달력을 찾아보는 식이었다. 전시된 작품들이 단지 잘 만든 장난감이 아닌 디테일과 완성도를 가진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재미를 통해 느끼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 

윤민욱 작가 <추억의 거리>

  갤러리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아이들보다 아내와 내가 먼저 황홀경에 빠졌다. 작품의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상상 이상이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브릭 아티스트들이 직접 상상해 만든 노력의 결과물들이었다. 몇 백 조각부터 몇 만 조각까지 작품의 규모도 다양했다. 크고 작은 것을 떠나 상상력만으로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가끔 준, 큐 형제의 레고를 만들어 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조립 설명서가 있는데도 애를 먹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대형 디오라마(실물을 축소시킨 미니어처들을 사용하여 하나의 장면이나 풍경으로 형상화한 작품) 에서부터 국내외 유명한 건축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건,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자동차 등을 테마로 만들어져 있었다. 모든 작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진 속의 정미의병>, <추억의 거리>, <벚꽃엔딩> 같은 작품이 좋았다. 물론 <스타워즈 – 스타 디스트로이어> 같은 작품은 누가 봐도 입이 떡하니 벌어질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작품이라 할 만했다. 규모와 완성도 측면에서는 2002년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를 재현한 <그 날의 함성> 이라는 작품이 단연 돋보였다. 곳곳에 영화나 만화 캐릭터가 숨어 있어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갤러리를 둘러보면서 준, 큐 형제를 보니 확실히 둘의 성향은 달랐다. 준은 대체로 꼼꼼하게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은 사진을 찍어가면서 우리와 함께 관람했는데 큐는 금방 갤러리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브릭 조각들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에서 한참이나 혼자 무언가를 만들며 놀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아이들을 한 틀에 가두어 두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모 수업은 어디 없을까? 정말 어렵다.   

왼쪽 최혜현 작가 <벚꽃엔딩>, 오른쪽 권현직 작가 <사진 속의 정미의병>

  갤러리 건물을 나와 브릭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플레이 건물로 들어가 보았다. 브릭 조각들로 마음껏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작품 중 아이디어가 좋은 것들은 갤러리에 전시도 해 준다. 준과 나는 갤러리에 작품 한 번 놓아보려고 이것저것 만드느라 진땀을 빼다 결국 포기했다. 역시 큐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브릭 자동차를 만들어 경주를 하며 놀았다. 브릭 캠퍼스를 진정으로 즐긴 사람은 큐였다. 

<스타워즈 - 임페리얼급 스타 디스트로이어>

  당분간 집에 있는 레고는 잘 보관해 두기로 했다. 사실 청소기를 돌리다 레고 부품이 빨려 들어가는 일이 제법 많고 준, 큐 형제도 더 이상은 가지고 노는 것 같지 않아 기증할 곳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을 계기로 누군가가 브릭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아직은 잘 챙겨두어야겠다. 집에 가면 나도 작품 구상을 한번 해 봐야겠다. 

<그 날의 함성>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레고 이야기>     


  레고는 1932년에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조립식 블록 제품을 내놓게 된 것이 그 시초다. 이름의 유래는 덴마크어로 '잘 놀다'라는 뜻을 가진 'LEG GODT'를 줄인 것이다. 초기에는 나무를 깎아 제작했으나 1940년대 말부터 플라스틱 블록을 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블록은 그의 아들 고트프레드가 1958년에 출시했다. 이후 레고 트레인 시스템 등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 아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완구 브랜드가 되었다. 

     

  고트프레드는 1963년에 레고의 10가지 기본 규칙을 정했다. 레고가 장난감 그 이상인 이유다.

     

  1. 놀이의 기능성이 무한할 것

  2. 남녀 아이 모두를 위한 것

  3. 모든 연령의 아이들에게 맞는 것

  4. 일 년 내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

  5. 아이들의 건강과 편안함을 고려할 것

  6. 적당한 놀이 시간을 지킬 것

  7. 발전, 환상, 창의력을 증대시킬 것

  8. 더 많은 놀이의 가치를 증폭시킬 것

  9. 쉽게 보충할 수 있을 것

 10. 품질이 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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