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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4. 2019

파일럿을 꿈꾸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몇 해 전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부터 준의 꿈은 파일럿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가 탔던 비행기 기장님의 모습을 보고 반해 버린 것이다. 그 나이 아이들 꿈이야 매일 바뀌는데 이번엔 조종사인가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준의 조종사 앓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비행기 모형을 사고, 항공기 조종법에 관련된 책도 사 읽었다. 심지어 큐와 놀 때 기장 안내방송을 따라 하기도 했다. 집에 있는 아이들 무전기로 멘트를 하면 실제 비행기 안에서 들리는 것과 아주 비슷했다. 비행기 안에 있다고 착각할 정도이다.


  그래서 준을 위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처음에 아내는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예전에 아이들과 다녔던 박물관들 대부분이 미흡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 시민답게 다수결로 정하기로 했다. 3대 1로 가자는 쪽이 우세했다. 당연히 나도 반대할 것이라고 믿었던 아내의 눈이 배신자는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는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도착했다. 엄청난 규모에 주차장도 꽤 넓었는데 이미 차를 세울 곳이 없었다. 2014년에 개관해 이미 아이들에게는 꼭 가야 하는 인기 있는 박물관이었다. 아마 규모 면에서는 제주에서 가장 큰 곳이 아닌가 싶었다. 이곳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할 것도 제법 많은 박물관이었다. 내심 걱정했던 아내도 내부 전시 시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에 대한 복수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실내인데도 시야가 넓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인데 지상은 천장까지 뚫려있기 때문이다. 다소 비싼 입장료 (어른 10,000원, 어린이 8,000원)를 내고 들어가면 1층 항공 역사관부터 관람할 수 있다. 제일 눈의 띄는 에어홀 구간은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정도다.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해 현대 항공기의 완성형으로 알려진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3호를 실물 복원한 전시물과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 투입되었던 비행기, 그리고 최근까지 대한민국 하늘을 지켰던 팬텀 전투기까지 20여 대의 다양한 실제 항공기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항공의 역사 구간에서는 라이트 형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항공 역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인류의 도전과 항공기술의 발전상을 볼 수 있었다. 공군 갤러리 구간에서는 대한민국 공군의 탄생 이야기와 한국전쟁 당시 F-51D 기종의 활약, 국산 항공기 개발 비화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준, 큐 형제가 가장 종아 했던 ‘항공 시뮬레이터’가 있는 항공기에 숨겨진 비밀 구간에서는 최첨단 항공기, 글라이더, 비행선, 헬리콥터 등의 구조와 비행원리를 배울 수 있었다. 준이 좋아하는 비행기 모형이 잔뜩 있던 세상을 바꾸는 항공기술 구간에서는 자동차 전방 디스플레이 장치, 선글라스, 안전시트, 풍력발전시스템 등 생활 속에 적용된 첨단 항공기술에 대해 배워볼 수도 있었다. 1층 마지막 How Things Fly 구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곳인데 미국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의 항공원리 체험관이다. 사실 나도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렇게 무거운 물체가 어떻게 하늘에서 수평을 이루며 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은 여기에서 모두 풀렸다. 체험관에서는 40여 가지 비행원리 체험 콘텐츠로 구성되어 양력, 항력, 추력 등 다양한 비행원리를 직접 느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나처럼 비행기가 궁금한 어른들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한 곳이었다. 

  2층은 천문우주관이다. 동서양 천문학의 역사, 우주개발의 역사와 미래 우주시대의 모습, 태양계와 은하계, 블랙홀 등 무한의 우주공간과 137억 년에 달하는 우주 생성의 신비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체험보다는 관람 위주라 아이들이 조금 지루해했다.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이 구간은 빨리 통과했다. 아무리 유익한 내용이라도 일단 아이들이 흥미를 잃으면 놀이에서 학습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테마관으로 이동했다. 360도로 펼쳐진 높이 5m, 둘레 50m의 대형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5D 입체영상관인 폴라리스는 유아 대상이라 준이 시시해했다. 그래서 패스! 돔 상영관인 캐노포스도 영유아 대상이라 패스! 준, 큐 형제뿐만 아니라 나도 꼭 해보고 싶었던 중력가속도 체험은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패스했다. 실제 우주비행사는 몸무게의 6배에 해당하는 중력가속도를 경험하는데, 이곳의 체험기구는 최대 2배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일찍 와서 꼭 한번 체험해 봐야겠다.

  2층에서 별 재미를 못 느낀 우리는 외부에 전시된 비행기를 보러 나갔다. 마치 비행기 활주로를 보는 것 같은 야외전시장에는 전투기, 수송기, 정찰 관측기, 훈련기, 수륙양용기 등 총 13대의 실물 항공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대형 수송기와 헬리콥터에서는 조종석 탑승 체험도 할 수 있어 준, 큐 모두 신나 했다. 이 비행기에 탔는가 하면 어느새 다른 비행기에 가 있었다. 특히 대통령 전용기와 동일한 기종도 전시되어 있어 좋아했다. 역시 우리 아이들은 보는 것보다는 직접 체험하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준이 덕분에 나도 오늘은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놀았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새삼 느낀 것은 OO박물관들도 예전처럼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지루하지 않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제주 박물관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곳에 와서 깨졌다. 다음 제주 한달살이는 박물관 기행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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