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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5. 2019

나만 좋아했던 만장굴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일 년 중 가장 더운 8월에,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인 제주에서 한달살이를 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긴 옷이나 겉옷은 한 벌도 챙겨 오지 않았다. (물론 짐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만장굴에 들어갔을 때 이를 뼈저리게 후회했다. 바깥 날씨는 35℃를 넘는 땡볕 더위였지만 만장굴 안은 10~15℃ 정도로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온 차 때문인지 나는 계속 재채기가 나왔다. 


  만장굴은 뱅뒤굴, 대림굴, 김녕사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20여 개의 동굴과 함께 거문오름이 낳은 용암동굴이다. 길이는 약 7.4km, 높이는 5~10m로 규모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일반에 공개된 동굴이다. 제주 방언으로 ‘아주 깊다’는 뜻의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 온 만장굴은 굴이 깊고 위험해 탐색되지 않고 있다가 1958년 세상에 알려졌다. 몇 번을 가도 참 좋았던 곳이라 이번 기회에 온 가족이 함께 왔는데 아내는 물론 준, 큐 형제도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컴컴하고 으스스한 동굴 안이 무섭다고 했다. 나는 너희가 더 무섭다고!

  만장굴의 입구는 모두 세 곳이지만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제2입구로 약 1km 정도만 공개되어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을 구매하면 바로 앞이 동굴 입구인데 밖에서 보면 작고 좁아 보인다. 하지만 내려가는 순간 탁 트인 용암 길이 눈에 들어온다. 땅 밑에 이렇게 큰 공간이 있다니 직접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조명시설이 되어 있지만 동굴 안은 전체적으로 어둡다. 탐방하는 내내 용암이 만들어 낸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찾아볼 수 있는데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어렴풋하게 기억났다. 제주도를 꼭 닮은 너비 2m가량의 거북바위는 천장에서 떨어진 용암 덩어리가 바닥에 흐르던 용암에 실려 떠내려가다 식으면서 그 자리에 멈춰 굳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압권은 개방된 길 끝 1km 지점에 있는 용암석주다. 약 7.6m의 규모를 자랑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만장굴이 만들어진 뒤 무너진 천장 틈으로 흘러들어온 용암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굳은 것이다. 이곳이 마땅치 않았던 준, 큐 형제도 이 용암석주에는 관심을 가졌다. 만장굴을 보면서 용암이 도대체 어떻게 지나갔기에 이처럼 기이한 모습으로 길을 남겼는지 궁금했다. 중간에 아주 좁은 길이 있는가 하면 광장 정도의 큰 공간도 있었다. 동굴 벽도 가지각색의 모양과 무늬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준, 큐 형제도 이런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 혼자만의 욕심인 것으로. 사실 만장굴은 우리나라 박쥐의 대표종인 제주관박쥐와 긴가락박쥐가 겨울잠을 자는 박쥐 최대 서식지라고 한다. 하지만 빛을 극도로 싫어해 깊은 곳에서만 주로 서식해 1km 공개 구간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었다. 박쥐를 보면 아이들이 조금 더 만장굴을 좋아했을 텐데 아쉬웠다. (아내는 그만큼 더 싫어했을 것이다.)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용암 동굴 이야기>     


  용암 동굴은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지표면을 흘러내릴 때 용암류 속에서 형성된 동굴이다. 용암 동굴이 만들어지려면 용암의 양이 많고 고온이며 점성도가 작아야 한다. 그래서 약간 경사진 지면에서도 흐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용암이 분출하여 흐르기 전에 기반이 어느 정도 평면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용암 동굴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지형에는 용암 종유, 용암 석순, 용암 석주가 있다.      


  용암 종유란 용암이 흘러 내려갈 때 지표면의 공기와 접하는 표면부터 냉각되어 굳기 시작해 동굴이 형성될 때 동굴 속의 온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동굴 천장이나 동굴 벽면에 용암 방울이 맺혀 굳은 형태를 말한다.     


  용암 석순은 동굴 속에서 용암이 흘러내릴 때 동굴의 천장에서 동굴 바닥으로 용암이 한 방울씩 떨어져 석순으로 자란 것을 말한다.  


  용암 석주는 화산 동굴 속에서 천정의 용암 종유가 동굴 바닥까지 이어져 바닥의 용암 석순에 연결된 것을 말한다. 일단 용암 동굴 속의 기온이 냉각되면 성장이 정지되므로 용암 석주의 규모는 작은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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