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Oct 26. 2019

옛 제주로의 여행 국립제주박물관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갈 곳 많고 놀 것 많은 제주에서도 갑자기 비가 오면 좀 난감하다. 그래서 항상 플랜 B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 나와 아내는 ‘작은 서점’에 관심이 많아 가볼 만한 서점 리스트를 정리해 두기도 하였고, 미술 전시회 일정도 체크해 두었다. 그리고 또 한 곳 국립제주박물관도 점찍어 두었다. 사실 박물관이라고 하면 학창 시절 수학여행 다니면서 충분히 경험했으니 얼마나 재미없고 심심한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때는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고 버스가 서면 내리고 타면 다시 출발하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저 친구들과 수다 떨고 베개 싸움하는 것이 재미있던 시절에 박물관이 재미있을 이유가 1도 없었다. 하지만 대상에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박물관도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과 제주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국립제주박물에 가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고고역사박물관이다.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독특한 지리적 배경 속에서 제주가, 제주 사람이 걸어온 길을 짚어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엄청 특별한 것, 다른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역사박물관들과 비슷하다. 다른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이었다. 아이들은 제주에 궁금한 것이 많았다. 탐라국은 언제부터 제주도가 되었는지, 언제부터 제주에서 말을 키웠는지, 귤은 언제부터 재배했는지, 제주에 유배된 사람은 김정희 말고 또 누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광해군도 제주에 유배되었다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 사학과를 나왔는데 말이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질문이었다. 아마 이런 질문들이 없었다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박물관 관람이 한 시간을 훌쩍 넘겨 계속되었다. 박물관에서도 VR 체험이나 즉석 퀴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물관은 크게 5개의 전시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사시대 제주’ 구역에서는 사냥과 채집을 주로 하던 구석기시대와 사냥과 채집, 어로 활동을 하던 신석기시대 제주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섬마을의 발전과 변화’ 구역에서는 제주 청동기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삼양동과 용담동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 유적을 보여준다. '섬나라 탐라국' 구역에서는 활발한 해상활동을 통해 백제, 신라, 왜, 당 등과 교류하며 국제적인 역량을 갖췄던 제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고려시대 제주' 구역에서는 고려의 행정구역인 탐라군으로 편입되면서 나라의 지위를 잃게 된 제주, 삼별초가 연합군에 패하면서 원나라 탐라총관부의 통치를 받게 된 제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조선시대 제주' 구역에서는 중앙집권적 왕도정치를 지향한 조선의 지방통치제도 하에서 제주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거친 풍토와 자연재해, 끊임없는 왜구의 침입으로 어려웠던 제주를 보여준다. 또한 제주에 부임한 관리, 사화나 당쟁으로 유배 온 학자나 정치인 등도 소개하고 있다. 준, 큐 형제는 천천히 전시물들을 관람하면서 자신이 궁금해했던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마지막에 들른 기획전시관에서는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원래 노인성은 남반구에 위치한 별자리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에서만 보이는 특별한 별이다. 예로부터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왕이 노인성을 향해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노인성은 전쟁이 나거나 나라가 혼란에 빠질 때는 보이지 않다가 평화가 찾아오면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별자리를 보고 무병장수를 기원한다는 것이다. 별을 보고 소원을 빈다는 것이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고된 현실을 별을 통해 잊고자 하는 옛 제주사람의 삶의 고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좋아하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기면 더 알고 싶어 진다. 아이들 공부나 교육도 이렇게 물 흐르듯 해야 하는데, 자꾸 간섭하고 내 마음대로 끌고 가려는 욕심이 생긴다. 부모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다. 오늘도 이렇게 주문을 외운다. 자꾸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감귤봉진 이야기>


  조선시대 귤은 따뜻한 제주도에서만 재배되었고 겨울에만 먹을 수 있으며 국가에서 관리하는 매우 특별한 과일이었다. 그래서 제주에 부임한 관리는 감귤나무의 수를 일일이 기록하고 수확물을 모두 거두어 한양으로 보냈다. 감귤을 운반할 때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짚단으로 싼 후 나무통에 넣어서 보냈다고 한다. 귀한 제주 감귤은 왕이나 높은 관직의 양반들만 먹을 수 있었다. 제주목사였던 김상헌의 <남사록>에는 감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진공하는 수가 이렇게 많음에도 결실이 부족했을 때에는 매년 7, 8월에 목사군관이 마을을 순시하며 귤에다 붓으로 하나씩 표시를 하고 장부에 기록하여, 가을이 되어 귤이 익는 날에 장부와 대조하여 수납한다. 


  바람과 비에 손상을 입었거나 까마귀나 참새가 쪼아 먹은 것이 있으면 집주인에게서 그 나머지를 징수한다. 그렇게 못할 때에는 장부대로 바치도록 한다. 때문에 민가에서는 감귤을 독약과 같이 보고, 재배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나무가 있는 자는 그 나무를 잘라버려 관가에서 문책받는 걱정을 없애려 하는 자가 많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 좋아했던 만장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