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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Oct 27. 2019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저지예술인마을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이번 제주 한달살이에서 미술관이나 전시회 관람도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제주현대미술관은 꼭 들르기로 한 곳이다. 하지만 한 동안 금릉 해수욕장에 흠뻑 빠져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위미리에 있는 집에서 금릉 해수욕장을 가려면 저지리를 반드시 지나가야 했는데도 (처음에는 그곳이 저지리 인지도 몰랐지만) 매번 그냥 지나쳤다. 그날도 수영복과 장비를 챙겨 금릉 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파도가 너무 심해 바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내내 미뤄 두었던 제주현대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제주현대미술관은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히기도 했던 한경면 저지리에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에 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마을 이름이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마을은 현재 48명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살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화가, 서예가, 음악가, 공예가, 건축가, 조각가, 만화가 등 분야도 다양했다. 예술가가 거주하는 건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어 이것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다. 건물들 사이사이는 숲을 그대로 두어 예술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마을 전체가 커다란 미술관이었다.

  박광진 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진, 하얀 박공지붕이 인상적인 장정순 화가의 작업실 겸 갤러리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서예가 현병찬 작가의 작업실 겸 갤러리 먹글이 있는 집, 동양화를 그리는 김현숙 화가의 더 현 갤러리, 조랑말 화가로 불리는 이명복 작가의 갤러리 노리 등 다양한 예술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입장료도 없다. 운이 좋으면 작가가 실제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작업공간과 전시공간이 분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워낙 마을이 조용해 말을 할 때도 조곤조곤하게 되는 곳이다. 우리는 반나절 정도 머물렀는데, 하루를 온전히 이곳에서 보내도 좋을 만한 곳이다. 특히 요즘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는 아내는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며 관람을 했는데 (우리가 방해하여 마음껏 못 봤다며) 나중에 혼자 다시 와야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가슴 시린 인연도 만났다. 귀여운 새끼 강아지 한 마리. 아내는 평소 길에서 만난 개와 고양이는 절대로 만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요 녀석은 그러기에 너무 귀여웠다. 남의 개를 함부로 만지면 안 되지만 먼저 다가와 온갖 재롱을 피우는 강아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엄마 개도 근처에 있었는데 제 새끼를 쓰다듬고 만져도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의 정이 그리웠나 보다. 그렇게 20여분을 함께 놀고 그만 가려고 하는데 이미 영혼의 단짝이 된 큐와 강아지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간신히 떼어내 발걸음을 옮겼는데 우리가 멀리 갈 때 까지도 강아지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괜히 마음이 짠했다. 준, 큐 형제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나와 아내의 생각이다.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다고는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되는 그날이 오기는 할까 싶으니 우선은 길에서 만나는 인연들이라도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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