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소박한 밥상

복덩이 막내딸을 덥석 낚아챈 막내사위

by 조이홍

처가에 함 들어가는 날이었다.


“함 사세요, 함 사세요!”


함진아비의 우렁찬 목소리가 동네를 들썩인다. 여기저기서 창문을 열고 구경한다. 함진아비와 집사람 친구들 사이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진다. 장모님과 처형들까지 나와 함진아비를 밀고 끌고 한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시끌벅적함 속에 마침내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힘차게 박 깨지는 소리. 그리고 장모님 진수성찬 상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거하게 한잔하니 어느새 긴장감은 초봄 눈 녹듯이 사라치고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이날 처음 맛본 장모님 음식은 설명이 필요 없는 맛이었다. 순박하고 담백한 맛과 정성이 넘치는 음식, 최고급 호텔 요리사도 흉내 낼 수 없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손맛과 가족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정갈한 우리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모님의 음식 맛은 어딘지 우리 어머니 손맛과 닮았다. 몇십 년이 지났지만 그때 그 맛은 절대 잊을 수 없다.


함 들어가던 날이 마치 며칠 전 일 같은데, 아들 둘이 벌써 대학에 다닌다. 아직도 장모님은 처가에 갈 때마다 반가운 얼굴로 항상 밥은 먹었는지, 안 먹었으면 밥 한술 뜨고 가라고 다정하게 말씀하신다.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장모님도 자식들이 밥은 먹고 다니는지 늘 마음 쓰신다. 밥 한 끼가 곧 목숨과도 같은 힘들고 모진 세대를 경험한 때문이다. 식사 전이라고 하면 장모님은 순식간에 한 상 차려 내오신다. 소박한 밥상이지만 밥도둑 천지다.

가을에 채취해 말려놓은 산나물 무침은 거칠면서 부드럽고 향이 가득한 게 맛있다. 김장김치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장모님만의 비법으로 만든 오징어 찌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명절이 끝나고 남은 부침개(전)를 넣어 만든 찌개는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사랑한다. 한솥 가득 끓여 내오셔도 늘 부족하다. 마치 무림 고수들의 대결에서 칼날이 격돌하는 것처럼, 부침개 찌개 위에서 식구들의 숟가락이 부딪치는 장면은 늘 웃음을 자아낸다. 겨울철에 연탄난로 위에서 온종일 끓여 낸 미역국은 또 어떤가! 정말 진국이다. 대접으로 두 번은 비어내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뚝딱 만들어 주시는 두부조림이나 생선구이 하나도 장모님 손을 거치면 일품요리가 된다. 막내 사위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장모님 얼굴을 보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장모님 손맛이 나를 건강하게,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장모님, 장순희 여사님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막내 사위는 아직도 장모님이 한 상 차려주시는 소박한 밥상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습니다. 오래오래 장모님 밥을 먹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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