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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Mar 10. 2021

메타버스는 어디 가는 버스인가요?

내궁내정(내가 궁금해서 내가 정리해보았다)

브런치에서 웬 아재 개그를? 

메타버스가 어디 가는 버스냐고? 

웃기지도 않지만, 가기는 간다. 미래로 가는 버스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요즘 미디어와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단어를 꼽으라고 하면 '메타버스'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이미 한 물 간 개념이라고 뒷북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Metaverse!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초현실 디지털 세계를 의미하는 신조어로 우리는 이미 온라인 게임, SNS, 플랫폼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메타버스를 일부 경험하고 있다. 

현실 사회를 디지털로 복제해 만든 가상의 온라인(디지털)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인 셈이다. 


사실 이 용어가 나온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미국의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쓴 소설 'Snow Crash'에서 처음 제시했다. 소설 내용은 극소수의 능력자가 가상 세계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비주얼 컴퓨팅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기업(GPU 창안)인 앤비디아의 창립자 겸 CEO 젠슨 황이 콘퍼런스에서 한 기조연설이 화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는 메타버스가 인터넷 뒤를 잇는 가상현실의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습니다. 인간 아바타와 인공지능(AI)이 메타버스 안에서 함께 지내게 될 것입니다. 메타버스에서 우리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


아직도 메타버스에 대해 감이 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 워즈'도 괜찮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아 개봉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영화 속 배경이 일어나는 VR 디지털 세상 '오아시스'는 사람들에게 암울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공간이다. 당연한 설정이지만, 사람들은 오아시스에서 삶의 기쁨을 만끽한다. 그곳은 단지 게임만 즐기는 공간이 아니다.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가 되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 완벽한 공간이다. 영화 속 설정은 2045년인데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빨리 메타버스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

준과 큐 형제가 한 동안 푹 빠져있던 게임 <로블록스>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마인크래프트>도 메타버스를 이용한 게임이다. 로블록스는 2020년 말에 IPO를 통해 상장을 추진했다가 올 초로 연기되었다. 최근 다시 상장 소식이 들리면서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관련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로블록스는 월 이용자가 1억 6천만 명에 달한다. 게이머가 직접 게임(공간)을 만들어 다른 게이머들과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게이머가 만든 아바타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판매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내에서 영화 <아쿠아맨> 홍보를 한다거나 다양한 모금 행사도 진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를 통해 가상현실 게임을 제공하기도 하고,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초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 AR기기인 홀로렌즈 2(스마트폰이나 PC에 연결하지 않고 혼합 현실 경험)를 개발하는 등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이용자가 만드는 가상현실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통해 게임 분야가 압도적으로 선점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소셜 미디어에 접목시켰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이토록 메타버스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니 이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페이스북 호라이즌>

코로나 감염증 사태가 메타버스 세계로의 이행을 더욱 가속화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대면 선거 유세가 어려워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가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 활동을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카일 렌더(코미디언)가 페이스북 VR 기기를 쓰고 접속한 온라인 클럽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의 한 고등학교는 코로나로 그리스 수학여행이 취소되자 액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 단체 접속해 고대 그리스를 대신 경험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사실적인 고대 그리스 재현으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등 일부 대학들은 코로나로 등교가 불가능해지자 <마인크래프트> 속에 캠퍼스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만나도록 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조 바이든 당시 후보의 대통령 선거 활동 /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로블록스의 맷 커티스 부사장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우리의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게임 수준을 넘어서 전문적인 영역까지 메타버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도 최근 신차 디자인 품평회를 메타버스 안에서 진행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대신, VR 헤드셋을 쓰고 미국, 독일, 인도의 디자이너들이 가상현실에 접속한 것이다. 손짓 한 번으로 차량의 색깔을 바꾸고, 차 문을 열고 들어가 계기판 모습도 현장에서 바로 수정이 가능했다고. 영화에서나 보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싸이월드가 부활을 예고해 화제다.

3천만 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사진 170억 장, 음원 MP3 파일 5억 3000만 개, 동영상 1억 5000만 개를 보유한 가상세계 시조새가 컴백한다니! 새롭게 선보이는 싸이월드에도 메타버스와 가상자산(가상화페)을 도입한다고 하니 그 모습이 궁금하긴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대 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점령을 걱정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세상이 올까 걱정되기도 한다. 팍팍한 삶을 회피하기 위해 가상공간에서 위안을 삼는 그런 암울한 현실 말이다. 그런 조짐은 사실 지금도 보이고 있지만 미래에는 더 극단적으로 확대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전 세계 부의 90% 이상을 차지한 0.00001%의 기업(개인)이 그 부를 활용해 또 다른 신세계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메타버스 안에서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뉠 게 분명하다. 영화의 결말처럼 모든 이용자에게 평등한 가상세계가 탄생할지 지켜볼 참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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