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SF한뼘소설
오늘도 카쿠는 자신만의 의식을 치른다. 밤하늘을 몇 시간이고 살펴보는 일이 그만의 의식이다. 친구들은 하늘만 쳐다보는 그를 몽상가라고 불렀다. 상관없었다. 그는 남들과는 달랐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에게 일러주었다. 뜨거운 불을 내뿜는 존재가 언젠가 하늘에 나타나리라는 걸 말이다. 마을에서는 할아버지를 노망난 늙은이라고 불렀다. 할아버지가 금단의 땅 '예제로'에 다녀왔다는 말도 누구 하나 믿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카쿠를 늘 곁에 두었다. 카쿠가 그들의 시조를 많이 닮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모험 이야기는 언제나 그를 상상의 세계로 안내했다. 이시디스 평원을 횡단해 '예제로'에서 보았다는 거대한 조형물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마을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카쿠는 할아버지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할아버지 눈은 별처럼 빛났다. 가끔 할아버지도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실재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시간이 망각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카쿠의 믿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카쿠는 진실을 찾아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오직 그 밖에 없었다. 최초의 시조를 닮은 카쿠는 마을 전사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용감했다. 오래도록 먹지 않고도, 혹한과 위협적인 더위에도 버틸 수 있었다. 이시디스 평원을 횡단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예제로'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살아서 마을로 돌아오리란 보장은 더욱 없었다. 그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잠이 들면 낯선 장소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꿈을 꿨다. 낯선 그곳이 '예제로'임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마을을 떠난 카쿠가 이시디스 평원에 닿은 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알던 세상과 전혀 다른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예제로'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금단의 땅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그곳의 땅은 비옥했다. 물과 먹거리도 충분했다. 카쿠는 혼란스러웠다. 왜 그들의 선조들은 이곳을 두고 척박한 땅으로 내몰렸을까? 누가, 왜 이곳을 금단의 땅이라고 부른 걸까? 그가 결코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카쿠는 거대한 조형물을 찾기 시작했다. 비밀을 풀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