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SF한뼘소설
그 시간,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들은 '공포의 7분'이 끝나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대기권에 진입 후 착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분이었다. 화성과 지구의 시차로 이 시간 동안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천 억 달러를 쏟아부은 우주 프로젝트에도 행운이 필요했다. 미국의 15번째 화성탐사선이자, 5번째 탐사 로보인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내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토양 표본을 수집하는 임무를 맡았다. 착륙지를 '예제로 크레이터'로 정한 건 이곳이 약 30억~40억 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된 탓이었다. 유기 분자나 미생물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백쉘(Backshell)의 역추진기가 작동했다. 로버는 분리와 동시에 제트 팩을 이용해 자유 비행을 시작했다. 착륙 시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8개의 엔진에서 불을 내뿜었다. 착륙은 성공적이었다. 안착한 로버는 여섯 개의 바퀴를 작동시켰다. 카메라와 각종 계측 장비도 가동했다. 공포의 7분이 끝나고 로버가 찍은 첫 번째 화성 표면 사진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카쿠는 무언가에 홀린 듯 하늘에서 내려오는 존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는 것처럼 맹목적이었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은 의식하지 않고 오직 질문만을 품고 나아갔다. 그 순간, 외계인의 몸에서 나온 빠르게 회전하는 물체들 중 하나가 카쿠의 몸을 짓눌렀다. 엄청난 무게와 빠른 회전을 견디지 못한 카쿠의 육체는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 났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로버는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최첨단 장비지만 자신의 바퀴에 생명체가 깔려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생명체의 잔해는 이시디스 평원에 부는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로보가 언젠가 카쿠의 친구들을 발견할 확률은 0에 수렴했다. 그들의 선조는 지구에서도 유명한 숨바꼭질 명수였다. 어둠에서는 존재하지만 불을 켜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이 수억 년을 살아온 그들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지구에서는 그들을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끝)
(이미지 출처 : 나사 홈페이지, http://mars.nasa.gov/mars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