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SF한뼘소설-'소저너의 후예' 프리퀼
화창한 어느 날, 아내 완다와 나는 쾌청한 날씨를 즐기러 소풍에 나섰다. 마침 아내가 아이를 가져 충분한 영양분이 필요했다. 근처에 있는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 기지로 향했다. 그곳에선 방해받지 않고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었다. 친구들은 한낮에 돌아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냐며 걱정했다. 모르는 소리였다. 'High risk, high return.' 단순한 원리였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내일이 바뀌기를 바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완다도 별종 같은 모습에 반해 청혼을 허락했다.
아내와 나는 프렌치프라이와 소시지로 실컷 배를 채웠다. 며칠은 굶어도 좋을 만큼 성대한 만찬이었다. 식당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침 저 멀리에 못 보던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냥 돌아가자는 아내에게 잠깐만 구경하자고 졸랐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꼭대기 층에 올라 주위 풍경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건물이 흔들렸다. 누군가 숫자를 거꾸로 세는 게 들렸다. 'Zero'라는 기분 나쁜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하늘을 날았다. 초대받지 않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수억 년 동안 지구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인간은 자신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아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봤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하리라! 바퀴벌레 개체 하나는 인간보다 약했다. 인정한다. 우리가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을 그대로 두는 건 아직 이용할 가치가 남았기 때문이다. 이용 가치가 사라지면? 글쎄…. 바퀴벌레는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이해했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언어가 탄생하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인간의 발성 기관은 수준 낮은 진화의 결과다. 우리는 소리 내지 않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가 있는 곳이 로켓이라는 것, 이름이 '마스 패스파인더 (Mars Pathfinder)'라는 것,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소저너'라는 기계도 있었는데 아직 그 용도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 사이 가족은 꽤 많이 늘어났다. 식량이 부족했지만, 깨어나지 못한 알이 있어 다행이었다.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빙하기를 몇 번이나 겪으면서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 동물성, 식물성 심지어 부패한 유기물까지 무엇이든 먹어치웠다.
모두가 깊이 잠든 밤 나만 홀로 잠들지 못했다. 이 여행 끝에 무엇이 있을지 두려웠다. 괜한 호기심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자책했다. 그때마다 완다가 곁에 있어 주었다. 인간보다 먼저 화성에 도착하면 멋진 일 아니냐며 웃어주던 아내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보살펴야 할 가족이 많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허약해졌다. 지구에서라면 어디든 상관없었지만, 화성은 아는 게 없었다. 미지의 세계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다.
로켓이 심하게 흔들렸다.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세상이 산산이 부서질 듯한 충격이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아이 몇몇이 정신을 잃었다. 큰 아이들도 고통을 참지 못해 비명을 질렀다. 완다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흔들림이 멈추었다. 몇몇 아이들이 다치긴 했지만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큰 아이들이 다친 아이들을 돌봤다. 아내는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그 순간 다시 굉음이 들리더니 침묵하고 있던 소저너가 로켓에서 분리되기 시작했다. 감춰져 있던 여섯 개의 바퀴가 겉으로 드러났다. 순간적으로 소저너 안으로 몸을 날렸다. 가족과 영원히 이별하는 순간이었다.
소저너는 1초에 1센티미터씩 움직였다. 우리는 1초에 몇 미터나 이동할 수 있었지만 화성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다시 로켓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화성에선 움직이기도 숨쉬기도 힘들었다. 나는 소저너에 올라탄 채 붉은 사막 속에서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가족과 멀어졌다. 마지막 힘을 다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