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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Mar 28. 2021

화성,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

내궁내정(내가궁금해서내가정리했다)

 요즘 지구 상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1순위로 '테슬라' CEO이자 수석 디자이너, '스페이스 X' CEO 일론 머스크를 거론하지 않을까 싶다. 1971년 생인 그는 55년생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형님들을 밀어내고 혁신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양극으로 치닫지만, 대단한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어린 시절 꿈을 그렇게 담대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그 꿈이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게 황당하다. 그런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일을 그가 해내고 있다. 한 사람(스티브 잡스)의 꿈과 열정이 지구에서의 우리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생각해 보면 다른 한 사람 (일론 머스크)의 꿈이 우주(지금까지는 태양계)의 미래에 미칠 변화가 기대되면서도 살짝 두렵다.    


 얼마 전 뉴스에서 스페이스 X의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시제품 (SL10)이 착륙에 성공 후 폭발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또 한편에서는 화성탐사선이 화성에 무사히 착륙했다는 뉴스도 본 듯했다. 이게 뭐지? 스페이스 X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좀 헷갈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성 탐사에 관한 이야기를 '내궁내정' 해볼까 한다. 


 화성이 붉은 사막으로 보이는 건 흙에 철 성분이 다량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화성과 달리 지구에는 땅 속 깊숙한 곳에도 철이 많다. 지구 속을 돌고 있는 액체 상태의 철이 자기장을 만든다. 태양에서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나오는데, 자기장이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해 준다. 반면에 화성은 자기장을 거의 만들지 못한다. 약한 자기장은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수 없다. 또한 화성은 지구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다. 지구는 많은 양의 공기를 끌어당겨 지표면 근처에 공기층을 형성한다. 화성은 너무 가벼워 공기뿐 아니라 물도 가두어두지 못한다. 화성은 여러모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왜 그토록 화성 이주를 꿈꾸는 걸까? 무엇보다 가깝고 지구와 비슷한 점 (하루 길이,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 계절 변화 주기 등)도 있는 데다가 아주 오랜 전에 '물'이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인 물의 흔적은 당연히 생명체가 있다는 가설로 이어졌다. 당장은 '화성까지 이동'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지만, 화성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 역시 다방면으로 연구 중이다. 


 환경과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던 일론 머스크는 대학 시절 유한한 지구 자원의 고갈을 걱정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워낙 로켓을 좋아했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감명 깊게 읽은 그는 우주여행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스페이스 X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나도 같은 책을 읽었건만 참…….) 수십억 달러의 돈이 들어가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개인(민간 기업)이 실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유능한 공학자들을 섭외해 만든 '펠컨'이란 로켓을 만들어 시험 발사를 했지만 1~3번까지 모두 실패했다. 계속되는 실패로 스페이스 X는 도산 직전까지 갔다. 극적으로 4번째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개인(민간기업)이 위성 발사를 성공한 최초의 기록이었다. 


 계속되는 성공으로 많은 투자유치도 받았다. NASA에서 투자를 받고 협업까지 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 탐사 프로젝트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사치스러운 도전이었다. NASA도 해마다 감소하는 예산을 걱정했다. 우주선을 발사할 때마다 수천억 달러가 우주로 사라졌다. 일론 머스크가 '재활용 가능한 우주선'에 주목하게 된 건 너무나 당연했다. 스페이스 X가 최근 몇 년간 공들인 실험의 핵심은 우주선을 발사해 다시 '안전'하게 발사했던 곳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유인우주선 시제품인 SL8, SL9는 발사 도중 폭발했지만, 이번에 발사한 SL10은 고도 6마일 (약 10km)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발사대에 무사히 안착했다. 그러나 착륙 3분 후 원인 모를 이유로 폭발했다. 스페이스 X 측은 이번 발사 목적이 '재진입(착륙) 시 로켓 제어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비행이라고 평가했다. 당사자가 성공이라니…. 아무튼, 재활용한 로켓을 활용한 시험 발사를 통해 비용을 대폭 절감하며 유인 우주왕복선 개발이라는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페이스 X는 2년 안에 유인우주선 스타십에 12명까지 태워 달까지 왕복하고, 2050년까지 100명의 사람과 화물 100톤을 싣고 달과 화성을 오가며 인류 화성 이주를 완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행 중이다. 


 그렇다면 지난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한 화성 탐사선은 무엇일까? 바로 NASA JPL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MARS 2020 MISSION 퍼시비어런스 (Perseverance)'이다. '인내'라는 뜻의 퍼시비어런스는 미국의 15번째 화성탐사선이자 5번째 탐사 로보로 화성 내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사상 처음으로 화성 토양 표본을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20년 7월 30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 V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다. 


 착륙지는 화성 적도 바로 위 소행성 충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지인 '이시디스 평원'의 서쪽 끝에 45㎞에 걸쳐 펼쳐져 있는 '예제로 크레이터'다.(Jezero는 여러 슬라브어에서 호수를 뜻하고 Crater는 분화구를 의미) NASA는 “지질학적으로 다양한 지형이 있는 예제로 크레이터는 행성의 진화와 생명의 존재 등 중요한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착륙지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호수, 강, 삼각주 등의 지형이 존재해 과거 생명체의 흔적이 보전돼 있을 확률이 높은 점토와 탄산염을 포함해 적어도 5종 이상의 암석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다. (채취한 샘플은 화성 궤도에 있는 우주선으로 발사되어 미국 유타주 사막으로 낙하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 이곳은 수많은 바위와 절벽 등 지형이 험난해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화성 진입, 하강 그리고 착륙 기술의 꾸준한 발전으로 퍼시비이런스는 무사히 착륙했다. 게다가 험한 지형을 고려해 '인제뉴어티(Ingenuity)'라는 이름의 헬리콥터(드론)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로보와 인제뉴어티 상상도 / 출처 : 나사 Mars 2020 Mission 공식 홈페이지>

 참고로 나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퍼시비어런스의 '과학적 목적'을 소개하고 있다. 

(영어 실력이 별로라 번역이 자연스럽지 못할 수 있으니 양해를...) 


 1. 지질 : 착륙 지점의 암석과 지형 연구를 통해 (예제로 크레이터) 역사를 밝혀냄

 2. 우주 생물학 :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지역인지 확인하고 고대 생명체 흔적을 확인 

 3. 샘플 채취 : 향후 지구로 가져갈 화성 암석 및 토양의 유망한 샘플 수집

 4. 인간 (이주)을 위한 준비 : 화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지 관련한 기술 테스트  

<카메라와 과학 장비가 장착된 6륜의 로보>

 '고대 미생물의 흔적을 찾고 미래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실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퍼시비어런스(로보)에는 다양한 과학용 계측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로버의 각 부분별 명칭과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Mastcam-z 

     - 줌 기능과 함께 파노라마 및 입체 이미징 기능을 갖춘 최고 사양 카메라 시스템

 2. MEDA (Mars Environmental Dynamics Analyzer)

     - 환경역학 분석기로 미세먼지 형태와 크기 파악. 풍속, 방향, 온도, 습도 등 화성 날씨 관찰

 3. MOXIE (Mars Oxygen ISRU Experiment)

    - 2030년대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를 제거해 산소 만드는 실험 진행 

    - 1시간에 약 22g의 산소 배출 목표

 4. PIXL (Planetary Instrument for X-ray Lithochemistry)

    - 화성 표면 물질의 미세한 크기의 원소 구성을 분석하기 위한 고해상도 X선 형광 분광계

 5. RIMFAX (Radar Imager for Mars' Subsurface Experiment)

    - 화성의 지질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레이더 

 6. SHERLOC (Scanning Habitable Environments with Raman & Luminescence for Organics and Chemicals)

    - 거주 가능한 환경 스캔 장치 

    - 또한 우주복 샘플을 넣어 화성에서 우주복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내구성 실험 진행

 7. SuperCam

    - 이미징, 화학 성분 분석, 광물 분석. 먼 거리에 있는 암석과 토양의 유기 화합물 분석. 

    - 또한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 화성의 바람 소리도 확인 가능 (홈페이지에 화성 소리 공개)


 화성 탐사 임무 외에도 앞서 말한 헬리콥터 '인제뉴어티'를 통해 비행체 실험도 한다. 인제뉴어티는 무게 1.8kg에 가로 13.6 cm, 세로 19.5 cm, 높이 16.3 cm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의 헬리콥터다. 화성에서 비행 실험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 중력은 지구의 약 37% 수준이지만, 대기 밀도는 지구의 약 1% 수준밖에 되지 않아 날개 회전으로 발생하는 양력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제뉴어티는 탄소섬유로 만든 길이 1.2m의 날개 2개를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면서 양력을 만든다. 화성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모의실험했을 때는 성공했다고 하는데 화성에서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미지수이다. 만약 인간이 개발한 비행체가 화성 창공을 날게 된다면 꽤 의미가 클 것 같다인류가 동력 비행을 시작한 이후 118년 만에 다른 행성에서 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인류의 첫 동력비행은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킬 데빌힐의 모래언덕에서 글라이더 '플라이어'를 타고 12초간 40m를 날며 이뤄졌다. 인제뉴어티에는 이를 기념해 라이트 형제의 첫 동력비행기 날개에 쓰인 천조각 중 일부가 담겼다. 이르면 다음 달 8일 경에 비행 실험 예정이라고 하는데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로보가 촬영해 홈페이지에 공개된 화성 표면 사진 / 출처 : 나사 Mars 2020 Mission 공식 홈페이지>

 지금 이 시간에도 화성의 붉은 표면 위를 달릴 로보를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정말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우리 세대 (그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므로 우리라고 표현했다)에 화성 이주가 가능할까? 그 원대한 꿈이 정말 이루어 질까? 로버의 임무 기간은 화성 년으로 최소 1년 (지구 시간으로 687일)이다. 로보는 다음 화성탐사선이 데리러 갈 때까지 홀로 외로이 화성을 지켜야 한다. 딱히 혼자라고 할 수 없긴 하다. 이전 탐사 로보들도 화성 어딘가에 정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6년에 발사한 마스 패스파인더에 탑재된 소형 탐사 로봇 '소저너'도 화성 어딘가에 멈춰 있다.) 서로에게 벗이 되어 그 삭막한 붉은 사막에서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퍼시비어런스에 앞서 2월 9일 오전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에 이어 같은 날 오후 중국 화성탐사선 '텐원(天問) 1호'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아랍에미리트는 2117년에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의 우주 패권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경제 규모나 과학 기술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지난 25일 대통령께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단부 종합연소시험 참관 및 대한민국 우주 전략 보고회가 열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항공우주 분야에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2022년 달 궤도선 발사 및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 이용한 달 착륙, 다양한 인공위성 개발과 활용 박차, 민간 우주개발 역량 강화 등의 구체적 계획이 포함되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할 듯싶다. 손안에 컴퓨터를 한 대씩 들고 다닐 것이라고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50년 후에 우리 다음 세대가 화성에 이주해 산다는 것이 아주 허황된 꿈은 아닌 듯하다. 다만 애써 화성 개척에 성공한다면 지구에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 나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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