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간 스크루지

한뼘소설

by 조이홍

개과천선한 스크루지가 죽어서 지옥에 갔다. 지옥문 앞에서 오랜 친구 말리가 그를 기다렸다.


"어땠나 친구? 생의 마지막 순간에 구원받은 기분이?"

"자네 덕분에 축복받았네. 다른 사람을 돕는 게 그토록 기쁜 일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랬을 거야. 돈만 밝히던 내게 기회를 주어 정말 고맙네."

"베푸는 자의 기쁨을 알았다면 그걸로 됐네. 이제 가지."

"오랜 벗이여, 궁금한 것이 있네. 그날 이후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네. 평생 모은 돈을 불우한 사람들과 나누었네. 진심으로 그들과 웃고 울며 더불어 살았지. 무얼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지옥에 오게 될 줄은…."

"자네는 평생 다른 사람 고혈을 짜내 재산을 긁어모으지 않았는가! 말년에 자네가 도와준 사람은 고작 몇 백 명이라네. 그전까지 자네 때문에 피눈물 흘린 사람이 몇인 줄 아나? 수천 명이 넘는다네. 시간은 흐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네. 모두 자네에게 켜켜이 쌓인다네."

"그렇다면 왜 나에게 기회를 주었나?"

"인간이 죽어 이곳에 오면 지옥 신들께 심판을 받게 된다네. 지옥에도 인간 세상의 민주주의가 유행이라 얼마 전부터 변호사 제도도 생겼지. 내가 변론해야 할 첫 영혼이 바로 자네라네. 자네가 고집불통 구두쇠로 이곳에 오게 된다면 첫 변론이 어떻게 되겠나? 변호사로서 내 커리어는? 우리 둘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네."

"왜 더 일찍 와 주지 않았나?"

"왜 스스로 깨우치지 못했나!"

"나이 들어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네. 그 선행 덕분에 가장 고약한 불지옥은 면하게 될 걸세. 생각해 보게. 평생 고약한 구두쇠로 남을 괴롭히며 살던 이가 말년 선행으로 천국에 간다면 누가 평생토록 착하게 살겠나? 지옥은 그런 본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네."


스쿠루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삶이 후회됐다. 그 후회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조차 알지 못했다. 정말 천국이 있긴 할까? 어쩌면 천국이란 지옥에서 지어낸 지독한 거짓말일지도 몰랐다. 그의 눈앞에 거대한 화염이 펼쳐졌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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